강남구에서 구민을 위해서 심리상담을 10회를 해 주는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어요. 무료입니다. 회사를 그만둘 시점이었고, 자존감이 많이 무너지는 때여서 삶에 대한 설계를 다시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많이 했을 때에요. 옮기는 회사마다 오래 다니지를 못하는 것이 제 탓인 것만 같고, 아랫 직원들을 잘 통솔하지 못한 것인지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열심히 일을 해서 만족할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내 삶을 위해서 잘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구심만 높아져 갈 때라 누군가 대화상대가 필요했어요.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되는 남자친구에게 말하면, 동양인이던 서양인이던 모든 남자들은 왜 그렇게 해결사가 되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인지, 고민을 들어주기만 해도 좋은데 자꾸 가르치려고만 해서 기분이 더 나빠지기 일쑤였어요. 어떠한 사심 없이 들어줄 누군가에게 내 상태에 대해 터 놓고 말하고 싶었어요.
오늘 학동에 있는 이쁜 카페에서 브런치 연재글을 쓰고 있는 중이에요.
여담이지만, 미국에서는 상담사를 찾는 건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한국도 많이 달라지고 있어서 많이 힘든 분들에게는 상담사를 찾으라고 권유해요. 정신과 의사와 상담사는 엄연히 달라요. 저도 심리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어서 한때는 심리상담을 공부해 보고 싶었던 적이 있어서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 상담사를 하는 친구와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그 친구는 자신이 불안증이 있어서 상담사가 되었다고 했어요. 그런 증상이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그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다는 거예요. 맞는 말이에요. 얼마 전에 본 TV 프로그램 중에 마약을 극복한 사람이 마약중독인 사람들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보니 그 친구가 한 말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여담 얘기가 나온 김에,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 센터를 알려드릴게요. 청년 몽땅 정보통에는 청년들 대상으로 하는 상담심리를 찾아보실 수 있고, 서울시심리지원센터는 연령에 제한이 없이 서울시 4 구역에 있는 센터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어요.
상담사들은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그러면 해결됩니다"라고 하지는 않아요. 얘기를 들어주는 게 거의 주이고, 스스로 정답을 찾도록 해 줘요. 어떤 분들은 돈 아깝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들어주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면 값어치는 하는 거죠. 저의 상담을 맡아준 선생님은 저에게 어떤 행동을 한 후에 후회가 되면 그 행동이 그때 필요했던 행동이었나 하는 타당성 혹은 정당성을 찾아보도록 했어요. 내가 화를 낼만했어, 혹은 내가 좀 심했네. 그러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마음노트도 씁니다. 내가 화가 나면 그 화의 근원은 어디인지. 그렇게 되면 나 자신의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저희 집에는 꽃이 많아요.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상담은 이어졌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그대로 비쳤는지, 안타까운 마음에 선생님은 최대한 제 마음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하셨어요. 그도 그럴 것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작업실의 책상에 앉아 새벽 1시까지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에 놀라고, 노년에 폐지 줍는 할머니가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한다는 말에 살짝 헛웃음을 비추며 하시는 말이, 그런 생각을 하는 여성분들이 참 많데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전문직에 있거나 능력이 있는 분들이고, 그런 분들이 더 불안해하신다는 거예요. 선생님의 말씀에 살짝 놀랬어요. 폐지 줍는 할머니의 모습이 여성들에게 통용화되어 있는 미래의 모습일 거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이요. 얼마 전에 TV프로그램 '창'에서 노숙자 중에 여자분들에 대한 사연이 나왔어요. 남자들에 비해 여자는 나이 먹으면 점점 더 일할 곳을 잃게 된데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젊을 때 바짝 돈을 벌어놓아야 한다는 불안한 마음이 컸던 거죠.
이전에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더라도 늘 바로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있었어요. 그래서 일자리를 잃더라도 자신감이 넘쳤었죠. 하지만 내가 직접 사업을 해서 벌어 보겠다는 것은 좀 다른 이야기이더라고요. 매월 꽂히던 월급이 없고, 카드값은 꾸준히 똑같은 날에 빠져나가니 슬쩍슬쩍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사장님들이 왜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오는 게 두렵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저는 비록 직원은 없지만, 제품구매비로 꾸준하게 돈이 나 가거든요. 꾸준히 받았던 월급과 현재의 수입과의 차이를 파트타임으로 메꿔야 할까 하는 생각까지 갔을 때, 근무했던 회사에서 저의 근황을 물으며프리랜서라도 일할 수 있냐고했어요. 진심 혹했습니다. 이사직을 내려놓고 파트타이머로 직원들의 업무를 보조해 주는 게 뭐 어때? '이거 아님 알바하지' 하는 안이한 생각과 함께 매출이 조금씩 오르니까 초심을 살짝 놓게 되고 슬슬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느슨해진 거죠. 다시 다른 회사로 출근하는 것으로 못 채운 수입을 채우겠다는 생각은, 차라리 1인사업 그만두고 예전처럼 다시 제대로 취직을 하는 게 낫죠. 참 어리석은 생각일 수 있어요. 다른 곳에서 일하는 시간 동안 좋은 물건을 더 소싱해서 파는 것이 꾸준하게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일 테니까요.
작업실에서 싱귤러한 제품을 구매하신 고객에게 감사편지 쓰고 있는 중이에요.
이렇게 마음이 오락가락 갈팡질팡 합니다. 자주 그래요. 그럴 때마다 다시 한번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노트를 합니다. 특히나 1인기업은 출근시간도 없고, 일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마인드컨트롤이 가장 중요해요. 그게 무너지면 무심하게 시간만 보내게 되더라고요. 혼자 일하니까 더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름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해이해졌을 때 다시 한번 플랜을 짜봅니다. 저의 규칙은 10시에는 일어나서 주문 정리하고, 1~2시에는 도서관에 가서 9시~10시에는 집에 와서 저녁 먹고 TV를 보면서 잔업을 한다는 규칙이죠. 별것 아닌데도 시간을 지키는게 쉽지 않아요. 일을 한번 잡으면 중단하지 못해 늦게 자고, 늦게 잔만큼 또 늦게 일어나게 되니까요. 오늘도 벌써 이른 아침 5시네요. 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