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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PEOPLE May 15. 2018

홍대 도담요가_함초롬님

1. 도담요가에서 수련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년 겨울에 몸이 미역처럼 힘도 없이 흐느적거리고 팔다리에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여기저기가 삐걱대는 바람에 요가를 배워보려고 망원역 일대를 쏘다닌 적이 있었는데, 모두 계기가 닿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 옆 건물에서 펄럭이는 도담요가 현수막을 보고 언젠간 가고 말겠어! 라며 바라봤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꾸준히 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몇 달 동안 마음에만 품고 있다가 저와 친한 채식식당 사장님에게 도담요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던 중에, 어느 날 과감히 용기를 내어(!)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초롬님께 요가는 어떤 느낌인가요? 
저에게 주는 선물 같은 느낌이에요! 호흡으로 몸이 미세하게 열리고 뭉친 곳들이 가볍게 풀어지는 그 느낌이 참 좋아요. 젖은 수건이 된 것 마냥 몸을 쓰고 나면 집에 가는 길이 개운하고 상쾌해요. 머리서기 자세나 팔의 힘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들은 아직 겁이 나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되겠지!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왜냐면 제가 일주일에 3일 수련을 나오는데 이틀이나 하루 나올 때는 그 다음 시간이 너무 힘들지만, 꾸준한 수련이 축적되었을 때는 저도 놀랄 만큼 힘이 유지되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거든요. 동작을 하면서 더 내려가지 않는 몸을 늘리고 극한의 팽팽한 순간에서 호흡하면 너무 힘들고 제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때가 있어요. (특히 어깨서기를 하면서 뱃살을 마주 볼 때요 ㅠㅠ) 거울 없이도 몸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게 되면서 자극도 느끼고.. 허리조차 내려가지 않는 몸 앞에서는 겸손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사바사나 자세를 할 때는 천국에 있는 느낌이에요. 그 와중에도 집에 가서 저녁은 뭘 해먹어야 할까 등의 일들을 생각하고 있지만요..

3. 요가 외에 다른 운동을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수영이요! 일곱 살 때 배운 자유형을 몸이 지금까지도 기억하더라고요. 그리고 대학 때는 산악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나름 다람쥐처럼 학교 뒷산을 오르내리며 체력관리를 했었는데, 졸업 후 산에 가지 않았던 많은 세월이 흘렀고 요가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통증 없이는 목이 돌아가지 않았었어요..

4.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자세가 무엇인가요? 
차투랑가와 다운독이에요.. 처음에는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배꼽은 끌어당기고 발뒤꿈치는 땅에 붙여야 하는데 힘을 어디에 나눠 써야 할지 모르겠고 어깨가 열리지 않아서 가장 힘들었었어요. 복부의 힘으로 무릎과 발등을 내려놓고 팔꿈치를 몸에 붙인 채로 내려가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힘으로 일어나고 어깨를 열어내면서 호흡하는 자세가 연결되는 그러한 느낌적인 느낌이었는데, 배가 자꾸 쳐지고 손목에 불편한 느낌이 남아 있더라고요. 하지만 수련을 할수록 팔이랑 손목에 힘이 좀 붙으면서 전보다는 더 편하게 반복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 중에 하나라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나무서기 자세도 조금씩 좋아하게 되었어요. 실제로 이 자세를 할 때 요가원에 있는 잎이 커다란 나무를 바라보면서 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해 보는데요, 이 자세를 하고 나면 발바닥에 힘이 엄청 들어가요. 또 골반의 양쪽 균형을 맞추려고 왼쪽 엉덩이를 끌어내리는 일이 맘처럼 되지 않는 걸 보면 평소에 얼마나 치우친 자세로 살았는지 반성이 많이 되어요. 어깨를 열라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적지 않은 동작들을 할 때 어깨에 습관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가는 걸 보면 평소에 얼마나 긴장을 하고 살았는지가 조금 보이기도 하고요. 날개 뼈를 모으는 일도 치킨 먹을 때만 날개 뼈에 대해 생각했었지 평소에는 제 몸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근육인데 날개 뼈를 모으면서 가슴을 들어 올리고 어깨를 열어내니까 몸이 좀 더 많이 움직여져서 신기했어요. 그리고 쟁기자세에서 발등을 땅에 대고 무릎으로 두 귀를 막는 동작에 머무를 때는 귀가 먹먹해서 마치 물속에 있는 느낌이에요. 최대한 몸을 작고 둥글게 말다가 척추를 등부터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을 때 긴장이 풀어지는 그 마디마디의 느낌은 정말 최고입니다. >_< 


5. 도담요가는 어떤 곳인가요? 
요가를 하는 동안 집중이 잘 되는 어떤 날은 시간이 금방 흘러가고 또 컨디션이 저조한 날에는 한 동작 한 동작이 너무도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항상 수업에 앞서서 수련생들 컨디션까지 배려해주시고 저마다 저번 주에 비해 얼만큼의 변화가 있었는지 세심하게 알아봐 주시고 칭찬해주시는 나영쌤 덕분에 힘이 나요. 저의 생활 반경 안에 모든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요. 내 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믿게 되고, 마음이 편해져요. 그리고 바닥이 따뜻한 것도 있지만 같이 수련하는 분들의 에너지 덕분에 더 땀을 쏟게 되는 것 같아요! 

6. 요가를 통한 올해의 계획,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꼭 올해가 아니라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더라도 다리 찢기 자세를 언젠간 해보고 싶어요. 몸의 불편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면서 평소에 잘 쓰지 않았던 왼손으로도 글씨를 써보고 싶기도 하고요. 또 머리서기 자세에 꾸준히 도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여러분~ 나마스떼. *.*)/


#후기작성의후기

오늘은 문데이라 수련을 가지 않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나가 수업을 하고, 예정되어 있던 새로 등록하시는 분의 상담 안내와 수업등을 마치고 마지막 세번째 업무인 초롬님의 후기작성에 들어갈 사진을 찍었다. 딱 반나절이 걸렸다. (누누이 말하자만 am7:30분 수업이 있는 화목은 하루가 길다.) 오전의 일정은 빡빡한 편이었지만 개별적 응대들에 마음이 느긋해져 흡족한 시간들을 보냈다.

초롬님은 요가원 근처에 있는 회사를 다니시고 주로 저녁 7시에 수업을 들으러 오신다. 오늘은 특별히 사진을 위해서 점심시간에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셨다. 그러면 안될 것만 같지만 역시 돈과 상관없는 사진을 찍는게 훨씬 재밌다. 그러면 사진도 좀 더 진지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엔 꼭 축척된 사진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엮어야지. 돈은 그렇게 버는 쪽이 훨씬 멋있다.(돈을 더 쓸 일인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늘 언제나 꿈을 크게 갖아야 한다.) 

우린 이런저런 인생사를 이야기하며 그렇게 사진을 찍었다. 너무나 귀여운 외모라 그런지 근심걱정 같은건 하나도 없을 줄만 알았더니 역시 세상에 그런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매일 같이 웃는 사람도 때론 우울하고, 슬픔에 잠긴다. 농담하는게 아니라 그럴때 요가가 정말 도움이 된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랬다. 마지막 수업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손보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 한숨 자고 일어나야겠다. 이렇게 또 화요일이 흐르네,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은 감사한 일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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