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운동-5

무능력자는 화도 못 내요

by 신나

무능력자는 화도 못 내요


레그 프레스 파업 선언으로 어색하게 마무리한 이후 첫 개인 운동을 갔다.

선생님은 다른 회원의 수업 중이었고 나는 혼자서 근력 운동을 해보려고 여기저기 기구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개인 운동을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 기구들이 낯설고 도대체 저 기구로 뭘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이 아주 사라져 버렸다.

내 기준에 방법이 까다롭지 않고 틀릴 가능성이 적은 행잉 레그 레이즈를 15개 세 세트를 하고 아령을 이용한 팔 운동을 하고 나니 할 것이 없었다. 렛플 다운 주변에서 앞사람이 끝나기를 기다리다 힙 어브덕션에 안착했다. 힙 어브덕션은 내가 옆 엉덩이에 자극을 못 느껴서 그렇지 사용법이나 운동 방법을 모르진 않는데 이상하게 기구가 고장이 난 것처럼 딱 들어맞지 않았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바벨판이 많이 추가된 것 같아 빼보았는데 그래도 이상했다. 등에 받칠 쿠션이 없는 것 같아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일단 그냥 시작했지만 여전히 어딘가 잘 되지 않고 맘에 들지 않았다. 바로 포기하고 어깨 운동 기구로 직진했다.

어깨 운동은 기구 사용법이나 운동법도 알고 있고 심지어 자극도 잘 느껴지는 기구였다. 앉아서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고 가슴은 들어 올려 펴고 손잡이를 옆으로 밀어보았다. 어라? 나사가 빠진 것처럼 너무 쉽게 마음대로 막 움직였다. 이것은 분명 뭐가 잘못된 게 틀림없는데..

손잡이 위를 보니 무언가가 막 돌아가는데 저게 뭐였지 싶고 수정을 하지 못했다. 기구는 마치 주유소 앞 펄럭이는 풍선 인형처럼 너무 헐겁게 돌아갔다.

근처에서 수업을 하던 나의 트레이너 선생님이 보다 못해 뛰어 오셔서 “아 정말”을 짧게 내뱉으며 기구를 고쳐 놓고 급하게 가셨다. 머쓱해진 나. 지난번의 일은 회원의 능력으로 감당이 안 되는 운동을 감행한 선생님 잘못이라고 소극적 어필을 하고 싶었는데 늘 도움이 필요한 운동 무능력자는 의견도 못 내겠다. 덕분에 어깨 운동을 마치고 러닝머신을 20분 타고 운동을 마무리했다. 사실 오늘 좀 충격이었다. 내가 그래도 20회의 수업을 했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없을 줄이야. 아니 나는 운동은 할 수 있고 하는 방법도 아는데 기구를 세팅하는 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수업에서 늘 선생님이 먼저 척척 세팅 후 나는 그저 앉아서 운동만 해서 그런 것 같다. 기구 사용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20회를 하고도?

하.. 정말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어떻게 이렇게도 무지한 것인가. 선생님께 의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평생 혼자 운동하겠다는 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텐데..

다음 수업 때 기구 사용법부터 다시 알려달라고 하면 선생님 또한 얼마나 황당할까 싶다. “이제껏 뭐 하신 건가요?”라는 멘트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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