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한국에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세계 평화를 위해 UN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인정받고 공부도 잘하고 발표도 잘하고 싶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웠다. 발표하고 싶은데 말이 꼬이고, 떨려서 준비한 걸 절반도 못했다. 점점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것도 힘들었다. 굳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데 학교가 꼭 필요한 건지 싶었다. 밤늦게 웹툰이나 영상을 보고, 아침에는 자꾸 늦장을 부렸다. 꿈과 현실에 너무 큰 격차가 생겼다.
아이들은 애쓰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나아지지는 않고 유지만 하는 것도 사실 힘들게 버티는 중이다. 씨름선수들이 상대의 삽바를 마주 잡고 팽팽하게 있을 때처럼 말이다. 보는 사람 눈에는 아무 일 없어 보이지만, 실은 엄청난 힘으로 버티는 거다. 긴장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그 상태를 유지하는 거다. 그러다가 버티지 못하면 순식간에 엎어치기를 당하듯 무너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고민이 많다. 생각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아도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바꿔 계속 공부한다. 친구 사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친구 곁에서 함께 지내는 걸 배운다. 자기가 장래에 하고 싶은 일에 도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아득해 보여도 계속하고 있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며 버티는 시기가 의외로 길다.
큰 꿈과 기대가 버거울 때가 있고, 스스로 너무 작고 부족해 보여서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상급학교에 진학했을 때, 낯선 사람을 만날 때 긴장되고 두렵기도 하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나나는 자기에게 이렇게 중얼거린다.
‘꿈은 바뀔 수 있어. 난, 어떤 것도 할 수 있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을 거야.’
‘나는 나야!’
내 존재만으로 이미 의미 있다. 내가 있음으로 세상이 빛나는 거다. 무슨 다른 게 필요한가.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다. 모두들 나나와 비슷하다. 원대하고 멋진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계속 자라기만 하는 생물이 어디 있나, 자라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버티기도 한다. 그게 다 자라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