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공그림책⑦
리고와 로사가 생각여행을 떠났다

- 여행 가면 얼마나 좋을까!

by 맑은샘

누구랑 여행을 가고 싶니?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랑

가장 멋진 곳으로 가고 싶다고?


나는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가고 싶어.

가까운 곳, 먼 곳 다 괜찮아.

둘만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


엄마는 아마 싫다고 하실 거야.

인생이 여행이다, 집이 제일 좋다.

여러 번 그러셨거든.


여든이 넘자 엄마의 다리는 더 약해졌어.

십 분 거리 식당을 가는데 사십 분이나 걸렸어.

그것도 세 번이나 내 손을 꼭 잡고 쉬면서.


그런 엄마와 여행을 갈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엄마는 좋아하실까? 나는 정말 좋은데!



리고와 로사는 동물원에 사는 표범과 생쥐야.

둘이 여행을 하다니,

생각여행은 또 뭐지? 어떻게 가는 거지?


둘이 처음 만난 건 로사의 울음소리 때문이었어.

“잠을 잘 수가 없어. 나쁜 동물들이 무서워서 말이야. 이리 와서 나를 좀 지켜 줘!”

생쥐 로사가 표범 리고에게 부탁했어.

처음에 리고는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훌쩍이는 로사 옆에 앉았어.

로사는 푹신한 털로 덮어달라,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했어.

리고는 꼬리를 휘감아 덮어주고, 사바나 지역에 대한 소나무 노래를 불러줬어.


# 서로를 알아가기

해가 떴어.

리고는 쿨쿨 자는 로사를 깨우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었어.

늦잠을 자고 일어난 로사는 말했어.

“너무 심하게 착하다는 생각이 드는걸. 어쩌면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런가?”


둘은 서로를 알아가기로 했어.

리고는 로사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거.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걸 알았어.

로사는 리고의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거. 나이가 들어 걸을 때마다 뼈마디가 삐거덕거린다는 걸 알았어.


# 축제

표범 리고가 털 고르기를 하고 있었어.

혀로 앞발을 핥고 앞발로는 머리를 쓸어주고 다시 혀로 앞발을 핥았어.

로사가 리고에게 물었어.

“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이라도 돼?”
리고가 계속 털을 핥으며 대답했어.

“하루하루가 특별한 날이야. 그렇지만 오늘은 이 특별한 날을 좀 더 특별하게 기념할 수 있어.”

로사가 말했어.

“뭐라도 기념 대축제는 어때?”


리고는 축제 준비로 멋진 등장을 위해 로사를 핥아주기 시작했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다시 발끝에서 머리끝으로, 몸통도 핥고 다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로사는 리고가 혼자 못 하는 목 뒤를 깨끗이 핥아 주었어.

“축제 준비하는 게 너무나 근사해서, 뭐라도 기념 대축제는 안 해도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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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로사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며 화를 냈어.

“너는 표범이잖아. 사람들은 너를 위해 온갖 것들을 가져다 표범 우리를 만들어 주었어. 곰 무리한테는 별의별 걸로 아예 공원을 만들어 주었잖아.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없어. 나처럼 몸집이 작은 동물들은 뭐 하나라도 누리면 안 되는 거야?”

리고는 코끝으로 로사를 툭 치며 말했어.

“바보야, 이건 모두 미안해서 그런 거잖아. 그래, 사람들은 나한테 표범 우리를 줬지. 왜냐하면 미안, 너를 자유롭게 살지 못하게 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테니까. 너는 사과를 받은 적이 없잖아. 항상 자유를 즐길 수 있고, 그 어떤 물건보다 값진 걸 누릴 수 있잖아. 비교할 수 없는 거야.”


# 늙는다는 것

로사가 리고에게 물었어.

“늙는다는 거, 좋은 일이야?”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늙으면 가끔씩 몸이 좀 아프게 되거든. 그리고 예전만큼 몸이 빠르지도 않고, 예전만큼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듣고 보니 늙는다는 건 좋을 게 하나도 없겠는걸.”

“그런데 늙으면 추억이 많아져. 추억은 풍경 같은 거야. 마치 높은 나무에서 먼 곳을 내려다보는 것과 비슷하지. 아름답고 평화로워. 그러나 문득 풍경들이 어떻게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지가 보이게 돼. 그런 걸 경험이라고 하는데, 이 경험을 간직한 채 계속 살아가다 보면 현명해지는 거야.”


# 질문

로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주 느린 말투로 물었어.

“무엇이 정말 중요한 걸까. 질문일까, 대답일까?”

리고는 말했어.

“어떤 질문은 말이야, 여행을 시작하는 것과도 같아.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고 앞으로 쭉 가다 보면, 한 가지 질문에서 또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게 되거든. 그게 계속되는 거야. 대답은 여행의 끝일 때가 많아. 아주 아름다운 질문 여행이 단 하나의 대답으로 끝나 버릴 수도 있어. 질문에 꼭 답이 있어햐 하는 건 아니야.”


로사가 아주,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어.

“그럼 혹시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할 수도 있을까?”

리고가 미소 지으며 로사에게 되물었어.

“둘이서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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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리고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로사의 배를 장난스레 쿡쿡 찔렀어.

로사가 이야기꾼 목소리로 말했어.

“표범이 생쥐를 간지럽혔다. 생쥐가 ……. 생쥐는 ……. 음, 리고야, 이야기는 어떻게 끝맺는 거야?”
“이야기는 끝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이야기하기를 그만 할 수는 있지. 행운이 좀 따라 준다면,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을 거야. 우리 마음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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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행 이야기가 아니잖아.

동물원에 갇힌 늙은 표범과 한입거리 작은 생쥐의 이야기였어.


여행은커녕 울타리도 벗어나지 못하는 늙은 표범 리고

그 주위를 오가며 크고 작은 일을 벌이는 생쥐 로사


그런데 둘의 이야기가 왜 이리 친근하지?

고개가 끄덕여지고 리고와 로사의 생각여행이 계속되길 바라게 돼.


코로나 때문에 갇힌 듯 답답한 요즘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오붓하게 생각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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