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밈 Jul 10. 2019

진상민원백서 #2

최악의 월요일

월요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출근했다. 조용히 일만 하다가 퇴근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 소망은 보기 좋게 깨졌다.


옆 팀에서 심상치 않은 말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욕하지 마시구요~”

젊은 남자 직원이 상냥하게 말하였다. 평소 싹싹하고 친절하기로 평판이 좋은 직원이었다. 그런데 누가 전화로 욕을 한 것 같았다.


얼마 후,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니 전화통화의 주인공이 행차하셔서 존재감을 온 사무실에 뿜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더 황당한 말들이 들렸다.


“니가 이렇게 했잖아~! 이제는 보내지 마! 알았어?? 일 똑바로 해!! 법을 개정하란 말이야!! 니가~~#%%*$¥”


말이 너무 짧은데? 나이 어리다고 반말하는 건가? 처음 보는 사이인데 그것도 공적으로 업무상 마주하게 됐는데 반말을?! 이 아저씨는 그럼 자신보다 나이 어리다 싶으면 초면에도 반말하는 건가? 병원 의사에게도, 은행 직원에게도, 식당 사장에게도?! 뭐 이런 미친#%^*$₩&@!!


조용한 사무실, 아저씨의 욕지거리가 메아리치고 아무도 입을 떼지 못하던 그 순간,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직원이 아주 멋있게 한 마디 했다.


“선생님, 반말하지 마세요.”


그러자 그 아저씨는 아까보다 더 흥분하여 “뭐?! 니가 뭔데 참견이야! 니 일이나 해! #%^$₩&!!” 소리 지르더니 손가락질하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난리다.


민원이 발생한 이유는 아주 어이없었다. 공동사업자 모두에게 고지서를 보내지 말고 한 사람에게만 보내라는 것. 그래서 법 바꾸라고 난리였다. 어이어이 아저씨, 여기서 이러실게 아니라 국회로 가시죠. 안 그래도 국회의원들 놀고 있던데 일하라고 거기서 이 난리 피워주시죠. 아무튼 자신의 편의만 생각하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누구는 고지서를 못 받았다고 난린데 누구는 보내지 말라고 난리다. 어떤 이는 공무원에게 법을 지키지 말고 자기 뜻대로 해달라고 징징대고, 또 어떤 이는 법이 힘이 없다고 엄중히 집행하라고 난리다.


일단 민원의 원인이 무엇이었든 민원인의 자세부터가 글러먹었다. 초면에 “니니” 시전, 반말과 욕에 소리지르기까지. 머리가 지끈거려서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왜 자신이 요구하는 바를 좀 더 정중하게 말할 순 없을까? 아니 그 요구하는 바가 상식적으로 타당한지 생각부터 해야지.


공직에 30년 일했다고 소리치는데 그 사람의 인성 수준이 어느 정도 밑바닥인지 알 것 같았다. 그 사람과 같이 일했던 직원들이 불쌍했다. 이 아저씨는 빚을 내서 건물을 샀는데 임대가 안 나가서 문제고 이자도 못 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나는 건물도 집도 없는데. 그저 배부른 소리로만 들린다.





왜 한국은 분노에 휩싸여 있나. 동방예의지국은 어디로 가고 악성 민원이 들끓고 누군가를 혐오하지 못해서 안달일까. 밥 굶는 시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는데도 왜 이렇게 너도나도 먹고살기 힘들어할까. 돈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다들 삶이 팍팍하다고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침몰하는 배인건가. 나부터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나.



매거진의 이전글 체납 징수 업무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