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한다는 것
집 앞 1분 거리 카페와 학원가는 길에 항상 들렸던 샌드위치 집. 어느덧 내 일상을 함께하는 단골집이 됐다.
그날도 어김없이 카페에 갔다. 발렌시아에 온 지 어느덧 1년. 카운터에는 그때부터 봤던 세르히오가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세르히오는 “오늘 과테말라산 원두가 좀 더 부드러운데 어때? 네가 맨날 먹는 건 강한 원두잖아”라고 물었다. 커피의 쓰고 강한 맛을 좋아하는 나는 항상 먹던 것을 시켰다. 세르히오는 컵에 이름을 쓰려다 “너 이름이 뭐였더라?”하고 물었다. 그는 항상 쓰던 것처럼 ‘Siun’이라고 내 이름을 썼다. 이미 이곳에서 여러 개의 이름이 생긴 나는 대수롭지 않았다. 그런데 세르히오는 내 카드를 보고 “u가 아니라 o였구나! 내가 맨날 잘못 썼네”라며 이름을 고쳐 썼다. 얼마 후 다른 직원 역시 내 이름 철자를 틀렸는데, 옆에 있던 세르히오가 그에게 철자법을 고쳐주며 아는 척을 했다. 그들은 이름을 항상 잘못 써서 미안했다며 웃었다.
아침잠이 중요한 나는 언제부터인지 아침을 거르기 시작했다. 학원가는 길에 샌드위치 집에서 카페 라테와 초콜릿 쿠키를 사가는 것이 일상이 됐다. 평일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똑같은 메뉴를 사 가면 같은 직원이 나를 반긴다. “어떤 걸로 주문할래?”에서 “오늘도 라테랑 초콜릿 쿠키 먹을 거지?”라고 질문이 바뀔 때 내가 진짜 이 도시에 속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자주 가는 곳에서 항상 나를 기억해줘 좋았다. 그래서 발렌시아를 떠나고 몇 달 만에 다시 이 ‘옛날 단골집’에 갔을 때 달라진 것들을 마주하면 괜스레 쓸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