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회 Dec 04. 2023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



결혼하고 1년 반쯤 지났을 때 나라에서 권하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결과를 굳이 들으러 오라고 했다.


갔더니 다른 문제는 다 차치하고 정신과를 가보라고 했다.


우울증이 심각한 단계라고 했다.


그때 까지도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난 항상 우울한 감정을 가지고 사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병원은 보건소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괜찮냐고 물었다.


별생각 없이 괜찮다고 했다.


보고 하게 해 주면 검은색 에코백을 준다고 했서 그랬던 거 같다.


그 이후부터 보건소, 구에 소속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집 밖을 나갈 힘이 없는 나를 위해 만나러 와주겠다고 했다.


감사했다.


집에 상담 온 어떤 선생님의 추천으로 병원을 갔다.


검진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왔는데 결과를 보시더니 당장 예약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마지못해 예약하고 병원에 갔다.


또 정신건강문진을 했다.


비슷한 문진을 한 세 번째 했던 거 같다. 지겨웠다.


다 정상으로 나올만한 항목을 찍었는데 결과는

다 심각했다. 자살 위험 수치도 높았다.


그렇게 약물을 몇 번을 바꿔가며 1년간 치료를 받았다.


약을 먹으면서 살이 계속 쪄서 더 우울해졌다.


그래서 선생님이 약물을 신중하게 변경해 주셨다.


1년을 약물을 먹고 좀 나아져, 선생님과 상의하에 약을 끊었다.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 금요일 기분이 가라앉아 도저히 올라올 기미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기분이 바닥을 긁고 있었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남편을 급하게 호출했다.


남편을 옆에 두고 엉엉 울었다.


답답한 게 이유가 없었다.


그럴게 남편을 옆에 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우울이 다시 시작되면 평생 약물을 끊을 수 없다는 말을 유투부를 통해 들어서.


내가 평생 우울증에 시달리면 어떻게 하지. 슬퍼졌다.


그리고 다음 날 일이 터졌다.


듬직하지만 조금은 무신경한 남편이 먼저 내 신경을 건드렸다.


화가 났다기보다. 또? 또 싸운다고? 절망적이었다.


내 우울 치료, 부부 상담, 부부와의 대화 그 무엇도 효과가 없다는 생각에 절망적이었다.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고 느껴져서 절망에 빠졌다.


남편과 분리하고 싶어서 남편을 집에서 내보냈다.


나는 자고 싶어 져서 처방받은 수면 유도제를 먹었다.


수면 유도제는 수면을 유지해주지는 못한다.


잠이 들면 남편이 문을 두드려 잠을 깨웠다.


잠에서 깰 때마다 나는 예민해졌다.


수면 유도제를 세 번째 먹고 잠이 들려고 할 때 남편이 또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었다.


차에서 지내기 위해서 이것저것 챙기던 남편이 한마디 했다.


“너는 집에서 편하게 참 좋겠다.”


나는 그 말 한마디에 그대로 무너졌다.


“그럼 내가 나갈게. “


속옷도 입지 않은 채로 뛰쳐나왔다. 차키를 챙겼다.


차에서 좀 자다가 본가로 가야겠다 생각했다.


좋겠다니… 수면유도제를 몇 번이나 먹으면서 현실에서 벗어나보려 애쓰고 있었는데.


이렇게 잠들면 죽을 수 있지 않을까.


가지고 있는 정신과 약물을 다 먹으면 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하루 종일을 집에서 무너지고 있었는데


좋겠다니.


남편과 싸우고 떨어져 있으면서 나는 한 번도 좋다고 피드백을 준 적이 없었다.


울다가 지쳐 잠들거나 거의 울고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걸 뻔히 아는 남자가 좋았겠다니.


이성의 끈을 놓았다.


따라오는 남편을 뿌리치고 차로 향했다.


남편은 내가 차를 운전할까 봐 불안해져 경찰을 불렀다.


결국 경찰이 왔고 한참 엉엉 울며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내가 진정되었음을 설명했다.


경찰이 돌아가고 집에 돌아왔다.


나는 거실에서 계속 뒤척였다.


계속 선 잠을 잤던 거 같다.


수면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면 유도제 말고 수면제가 필요했다.


다음 날도 내 정신은 엉망이었다.


아무 의지도 없었고, 의욕도 없었다. 에너지도 고갈된 상태였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수면제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빠져 휴일 운영 병원을 찾았다.


나는 운전을 할 힘이 없었다.


전날부터 아무것도 못 먹고 울기만 하고 약을 먹은 상태여서 기운이 전혀 없었다.


남편을 붙잡고 살려달라고 절규했다.


남편이 나를 데리고 휴일 운영 병원으로 갔다.


수면제를 받아서 돌아왔다.


마약성이라 많이 주지 못한다고 했다.


이틀 치만 달라고 해서 받아서 먹고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이 되었다.


나는 오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회사는 연차를 썼다.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병원에 가야 한다. 정신의학과에 가서 담당선생님을 만나 내 상태를 알려야 한다.


힘이 든다.


사십 년 가까이 버텨오던 내 마음의 에너지는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마음이 다시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하루에도 몇번씩 무너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