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이 그리웠던 어느날.
붕세권이 그렇게 유행이라고 하더라. 역세권, 스세권, 호세권까지 참 많은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붕세권은 또 처음 들어봤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본가 근처에는 붕어빵을 팔지 않는다.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역시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의 여파라고 한다. 코로나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붕어빵을 파는 점포나 포장마차도 문을 많이 닫았다고 한다. 거기에 물가가 오르다 보니 설상가상. 오죽했으면 붕어빵 파는 곳을 알려주는 어플이 나왔을 정도다.
겨울이면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다. 거기 붕어빵이 맛있어 겨울마다 가는데 오늘 우연히 들렀다가 문을 연 것을 발견했다. 줄이 없어 안심하고 갔는데 아이쿠야, 약 20분 정도를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단다. 도로가에 깜박이를 켜놓고 세워놓은 차들이 다 붕어빵을 기다리는 행렬이렸다! 그래도 올해 첫 붕어빵인 만큼 20분을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사장님의 손놀림은 작년보다 더 예민해졌으며 빈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저렇게 절도에 맞으면서도 부드럽고 우아할까, 그러면서 다 된 붕어빵을 찾으러 오라는 수신호까지도 아주 민첩하다. 그런 사장님의 민첩함에 다급함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열두 마리의 붕어빵을 찾아가라고 그렇게 수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차 안에서 무얼하고 있는지 도무지 찾으러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장님, 제가 다녀올게요. xxxx 차량 맞죠?”
우아하면서도 절도 있는 사장님의 손놀림이 꼬이는 걸 보기 싫었던 탓에 내가 자청해서 깜박이 차량으로 뛰어가서 ‘붕어빵 찾아가세요’를 외쳐댔다. 아이쿠야, 그새 쪽잠을 주무시고 계신다. 차창을 똑똑 두드리며 붕어빵 찾으러 오라는 말씀을 전했더니 졸음과 함께 눈꼽도 잔뜩 낀 아주머니가 표정과는 다르게 부랴부랴 나오신다. 어우, 너무 피곤해서 잠시 잠이 들었네요, 죄송해요를 이야기하시면서 붕어빵 열두 마리를 챙겨가신다. 그러시면서,
“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이건 내가 주는 선물!”
붕어빵 한 마리를 내게 건네시고는 총총총 깜박이 차량으로 뛰어가셨다. 졸지에 생긴 붕어빵 한 마리에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 절반, 땡잡았다는 기쁨이 또 절반,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시면서 사장님도 한 마디.
“이건 내가 주는 덤! 도와줘서 고마웠어요.”
아이쿠야, 졸지에 내가 산 붕어빵 세 마리에 덤으로 두 마리가 더 생겼다. 배시시 웃으면서 다음에 또 오겠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물론, 그건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물가도 많이 오른 탓에 장사하시는 분들의 한숨소리가 꽤나 묵직하게 다가온다. 삶이 퍽퍽해지면 마음도 퍽퍽해지기 마련이다. 좋은 소식 듣기 참 어려운 세상을 살면서 점점 각박해지는 인심을 보곤 한다. 기어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광경들을 보기도 한다만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맥락이 있겠지 생각하곤 한다. 물론 그럼에도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러다가도 없는 살림에 붕어빵 하나를 덤으로 건네는 손길이나 별 거 아닌 일에 고마움을 표하는 마음 한 조각에 묵었던 응어리가 풀리곤 한다.
‘까짓것, 결국 사람 사는 세상 이 정도면 살 만한 거야.’를 읊조리게 된다. 그러면서 나도 나중에 덤으로 받은 붕어빵을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로 줄 날이 오겠지. 그럼 나도 기꺼이 붕어빵 한 마리 건네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