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SNS를 하지 않는다. 예전에야 어쩔 수 없이 해야 했었다. 또래 친구들이 다 했었고, 대외활동을 하자면 SNS 활동은 필수였다. 그래서 열심히 했었다. 일상을 올리고, 생각을 공유하고, 약속도 그 안에서 잡기도 하고. 아무런 필터링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게시물을 올렸다. 지금도 가끔 SNS에 로그인해서 내가 쓴 글들을 보노라면, 성인임에도 중2병이 이때 찾아온 게 아닐까 한다. 쥐구멍 몇 개를 찾아도 부족하다. 사실 지금도 본의 아니게 새벽 여섯 시 반에 일찍 일어나게 되어 쓰는 급발진 감성 묻은 글이긴 하다. 무슨 글을 끄적여 볼까 하다가 수차례 망설이는 나를 보고는, 차라리 중2 감성처럼 아무거나 쓰는 게 낫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배설하는 것이다.
유명한 영국의 축구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이 한 말이 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이 말은 당시 팀의 주축 선수가 SNS(트위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를 통해 팬과 설전을 벌였고, 결국 이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며 팀에 안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는 이 일화를 듣고는 SNS를 그만두었다. 당시에는 사실 크게 도움이 되는 것보다는 시간낭비가 더 크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지긴 했다. 위 축구선수의 일화는 안 좋은 사례를 든 단적인 예일뿐인데, 너무 와닿았던 게 컸었다.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자면 충분히 괜찮은 소통 창인데. 지금은 다시 글쓰기를 조심스레 시작하면서 SNS의 활용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글들을 나만의 보물창고에 두는 것도 좋겠지만, 다른 관점에서의 의견도 꼭 필요한 것이니까.
다만, 지금은 조금 안타깝다. 그때의 나는 '거침없이'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내뱉었고, 당시에도 후회는 없었다. 아무리 오글거리는 내용이어도(사실 별 내용은 없지만 어떻게 저런 글을 썼을까 하는 생각). 현재 이 글을 쓰면서도 당당하게 어딘가에 게재해 다른 사람들과 하하호호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과거의 철없던 나와 지금의 소심한 나를 고르라면 오히려 중2병 걸린 그 시절이 아닐까.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자기 의견을 피력할 일이 많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짜여진 루틴, 정해진 양식, 심지어는 만나는 주변인들까지. 상사가 생각하는 게 나의 의견이고, 지인들이 생각하는 게 여론이다. '아니오' 보다는 '넵'을 반복하고,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이지만 멈춘 듯한 시계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낸다. 단조롭고, 재미없다. 이런 생활은.
예전보다는 지켜야 할 것들이 훨씬 많아졌고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그때의 감성을 잃지 않고 한 번씩은 아무 생각 없이 표출해보는 것도 자기표현을 지키기 위해 좋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중2 감성이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