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와 근육

매일 줄을 넘는다는 것은

by 서지현

긴가민가했는데 역시나 오늘이었다. 이달 달거리가 시작된 것이다. 정확한 생리 주기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생리 시작일을 기억에서 놓치는 바람에 이달 예정일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몇 가지 증상이 있어 생리 무렵일까 했다. 시큰거리는 손목과 발목, 아이들의 작은 실수에도 치밀어 오르는 화, 그리고 한 번씩 속이 편치 않는 거북함 정도. 다만 확신이 없었던 것은 요추(목)의 상태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허리 측만증에 거북목인 나는 고질적으로 경추의 통증, 정확히는 승모근 부위의 통증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생리 때만 되면 이 부위가 꼭 지랄을 떤다는 것이다. 개수대 앞에서 설거지를 해보겠다고 폼만 잡아도 목 뒤가 화끈거리고 욱신거려서 졸지에 살림은 뒷걸음질이다. 이 시기에 책상에 차분히 앉아 책을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생리 전 증후군은 대개가 신체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타고 오는데 나의 경우엔 그게 경추인 셈이다.



그런데 이번 달은 별스런 증후군 없이 불쑥 생리가 시작되다니? 혹시 매일 넘어온 줄넘기의 효과를 본 때문일까? 줄넘기가 경추의 긴장을 풀어주고 염좌를 완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새삼 줄넘기와 근육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줄넘기는 근력 운동보다는 유산소 운동에 가깝다. 장거리 달리기에는 못 미치지만 걷기나 단거리 달리기보다는 높은 강도를 지닌, 꽤 강도 높은 운동이다. 그런데 어쩌면 줄넘기는 유산소 운동 그 이상일지 모른다. 상식선에서 생각해 보면 그렇다. 아무리 단순한 동작이라도 근육을 쓰지 않는 운동이란 없는 법일 테니까.



줄을 넘다 보면 일차적으로 다리 근육이 조여 온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가장 큰 자극을 받는다. 줄을 앞으로 넘으면 허벅지 앞쪽 근육이, 뒤로 넘기를 하면 허벅지 뒷부분 근육이 자극된다. 그마저도 꾸준히 단련되면 아무렇지도 않다. 줄의 길이를 조절하거나 다양한 동작을 취하면서 하체의 다양한 부위 근육을 강화시킬 필요를 느낀다.



다리 근육이 강화된 사실은 생활 속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언덕이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거의 숨이 차지 않는다. 허벅지와 종아리 부분이 어느 정도 튼실해진 덕에 바지 공간이 이전보다 잘 채워지는 느낌이다. 워낙 부실한 하체를 안고 태어나 평생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갈 뻔했다. 줄넘기, 넘을 만큼 넘다 보면 내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




우리 몸을 이루는 근육 <출처: 네이버 머슬프로짐 공식블로그>



또 하나의 기분 좋은 변화. 언제부턴가 팔근육이 불룩하다. 근육의 명칭을 알고 보니 전완근 부위다. 악력을 담당하는 팔뚝 근육인데 줄을 꾸준히 넘어온 이래로 미세하게 차오르고 있는 것 같다.



말이 나온 김에 밝히자면 줄을 넘을 때 이두근과 삼두근 부위에도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조만간 이 근방 근육에도 변화가 생길지 모르겠다. 팔근육의 변화는 나만 민감하게 눈치챌 수 있는 약소한 수준이다. 어쩌면 줄넘기는 몸의 속근육과 잔근육을 눈에 띄지 않게 강화시키는 실속 있는 운동일 런지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동과 활동의 반경과 자유가 축소되면서 누구나 빠져나갈 근육을 염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줄 하나만 단단히 잡으면 지구력 증가와 더불어 근력을 키울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게다가 맘만 먹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줄을 넘을 수 있으니 이런 효도 운동 종목이 따로 있을까.



아무래도 줄넘기 전도사로 자청하고 나서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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