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줄이다

매일 줄을 넘는다는 것은

by 서지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온몸이 욱신했다. 줄을 넘어온 이래 모처럼 주어진 자극이 낯설었다. 꾸준한 줄넘기에 단련되어 온 몸이 괴로움을 호소하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줄 넘는 횟수를 크게 늘린 것도, 무리한 동작을 취한 것도 아닌데 어째서일까? 한 가지 짚이는 바가 있긴 했다. 전날 줄을 넘을 때 줄넘기 줄의 길이를 미세하게 조정한 점.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일이 아무래도 몸에는 큰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줄넘기 줄 양쪽을 2센티가량씩 줄였다. 줄의 전체 길이가 가까스로 4센티 줄어든 셈이다. 호흡과 줄 넘는 동작에 줄이 다소 느슨하게 따라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몸과 줄이 쿵짝이 맞지 않고 오히려 몸이 힘겹게 줄을 끌고 간다는 느낌을 가진 지 오래다. 진즉 줄을 손봤어야 했다.



길이를 줄이자 줄을 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손목을 덜 쓰게 됐다. 자세가 편안해지고 호흡에 여유가 생겼다. 줄에 발이 걸리는 횟수도 현저히 줄었다. 그 덕에 한번 줄을 넘기 시작하면 기지 않고 제법 오래 뜀을 뛸 수 있게 됐다.



동작만 수월해진 게 아니다. 운동 후 몸의 새로운 부위에 자극이 오기 시작했다. 이전엔 무디기만 했던 부위가이거나 당겨왔다. 이전과는 미세하게 다른 근육 부위인 것 같았다. 이로써 내 몸이 하나의 살덩이로 뭉뚱그려진 '몸뚱이'가 아닌, 언제고 새로운 자극과 도전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근육 세포의 결정체란 사실을 체득하게 되었다. 사용하는 몸의 근육을 달리하며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줄넘기라는 운동은 결국 자기만의 속도와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같은 뜀을 반복하는 제자리걸음 같지만 제 나름의 호흡과 리듬을 찾을 때 지루함을 잊게 된다. 비로소 신이 난다.



대개는 자신의 호흡과 자세에 최적화된 줄의 길이로 줄을 넘되 때로는 조금 느슨하게 두어도 좋으리라. 평소보다 더한 긴장이 필요할 땐 얼마간 줄을 당겨 본다. 느슨한 것보다는 조금 당겨진 줄이 오히려 편안하고 활기와 생기를 돌게 한다.



매일 살아가는 삶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keyword
이전 13화줄 넘을 땐 말 시키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