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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Nov 30. 2021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생의 꽃밭은 어디에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길고 커다란 마루 위 시계는

우리 할아버지 시계

구십 년 전에 할아버지 태어나던 날

아침에 받은 시계란다

언제나 정답게 흔들어주던 시계

할아버지의 옛날 시계

이제는 더 가질 않네 가지를 않네

구십 년 동안 쉬지 않고

할아버지와 함께

이제는 더 가질 않네 가지를 않네  


할아버지의 커다란 시계는

무엇이든지 알고 있지

예쁜 새색시가 들어오던 그날도

정답게 울리던 그 시계

우리 할아버지 돌아가신 그날 밤

종소리 울리며 그쳤네

이제는 더 가질 않네 가지를 않네

구십 년 동안 쉬지 않고

할아버지와 함께

이제는 더 가질 않네 가지를 않네

할아버지의 시계  

      

학교를 다녀온 아이가 오늘 배웠다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노래가 좋아 음악교과서를 펼쳐 같이 보니 가사가 너무나도 슬펐다.

아이 학교 리코더 연습곡이기도 해서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아이는 리코더로 이 곡을 연주하며 연습했다.

구슬픈 곡조는 서정적이었고 특히 '이제는 더 가질 않네.가지를 않네' 하는 마지막 부분이 가슴을 후벼 팠다.


'할아버지의 시계' (My Grandfather's Clock)는 미국의 대중음악이다.

작사·작곡은 헨리 클레이 워크로, 1876년에 발표되어 당시 미국에서 악보가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워크가 영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에, 숙박지의 호텔의 주인에게 들은 이야기에 힌트를 얻고 노래로 한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 가면 크고 기다란 괘종시계가 걸려있었다. 그 시계는 처음에는 크기 때문인지 위엄 있어 보였고 나중에는 올드해 보였다. 왼쪽 오른쪽으로 추가 흔들거리다가 정각이 되면 댕댕거리며 시간을 알려주었다. 할아버지 집에 가는 때는 주로 명절이었는데 그곳은 시간이 느릿느릿하게 흘러갔다. 고모들과 엄마, 할머니는 부엌에서 분주했고 친척 남동생들은 몰려다니며 놀았다. 그들의 유치한 놀이에 흥미가 없었던 나는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마당 밖을 한참 바라보기도 하고 할아버지가 마당에 피어둔 군 불에 나무장작이 타는 것을 바라보고는 했다. 작은 나뭇가지를 소심하게 집어넣으면 불이 붙어 화르륵 타는 그 모습은 도시에 사는 내게 꽤 재미있는 놀이였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 보면 한옥 집 방에서 괘종시계가 댕댕 거리며 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주고는 했다.

지금은 괘종시계가 차지한 친정집의 거실에는 뻐꾸기시계가 한동안 걸려 있었다. 이것은 한 때 유행이었다. 뻐꾹뻐꾹 하며 나오는 뻐꾸기가 귀엽다고 생각했는지 한동안 뻐꾸기시계는 인기의 절정을 달리면서 집들이 선물로 인기였다.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차는 요즘 시대에서는 보기 힘든 시계들이렸다. 나 또한 시계가 그다지 필요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집에 있는 시계도 대부분 숫자가 알려주는 디지털시계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내가 시계에 있어서는 디지털을 선호하는 것 같다. 거실 벽에 하나 있는 아날로그시계는 조용히 초침과 시침으로 숫자를 가리키며 걸려 있다. 그마저 무소음 시계이다.

할아버지 집의 시계의 정취가 이제는 나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이의 동요를 듣고는 괘종시계가 있던 할아버지 집의 앞마당과 그날의 나무장작 타는 냄새, 그리고 머리가 반지르르한 할아버지의 모습과 할아버지가 신고 있던 흰 고무신이 슬며시 떠올랐다. 이제는 하늘나라로 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은 없어져서 나는 그때 그 할아버지의 괘종시계를 더 이상 볼 수 없고 들을 수도 없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할아버지는 마당에 서서 장작불 위에 양은 솥단지를 걸고 고깃국을 끓이다가 이따금 나한테 한 마디씩 말을 걸었던 그 모습 그대로 웃고 계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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