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야 지금 뭐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너희 집 앞으로 잠깐 나올래 가볍게 겉옷 하나 걸치고서 나오면 돼 ●
적재가 부르고 박보검도 부른 노래. cf에도 나와 한동안 유행했던 이 노래를 난 참 좋아한다.
옆지기와 나의 mbti는 다 다른데 단 하나가 같다. p성향. 생활양식과 관련된 인식 아니면 판단의 차이로 인식형(perceiving)과 판단형(judging)으로 나뉜다. p는 충동적 j는 계획적으로 보면 된다. p가 충동적이라고 나쁜 것이 아니라 돌발상황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고 융통성이 있는 반면 j는 조직적 계획적이라 선계획 후 행동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우리가 가진 p성향은 계획이 없이 떠나는 게 가능한 성향이다. 같은 p성향이라도 나는 신속한 검색으로 큰 틀을 가지고 떠나는 일이 많고 옆지기는 좀 더 무작정이라 현지에 가서 해결하는 면이 더 많다.
저녁 먹고 TV를 보다가도
"저기 가볼래?"
"그래."
서로 마음이 맞으면 즉흥적인 여행이 가능하다. 간단히 옷가지와 가재도구 몇 개 챙겨서 휙 떠난 적이 많다. 아기는 카시트에 잠이 든 채 태우고.
옆지기는 운전하고 나는 숙소를 찾았다. 지금은 숙소 예약 앱이 있어 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리조트나 펜션에 남는 방이 있느냐고 하나하나 전화를 걸어 물었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옆지기는 운전대를 맡고 나는 숙소와 먹을거리를 찾았다. 미리 약속한 듯이. 숙소가 해결되면 근방에 식당을 찾았다. 이 모든 것은 즉흥적으로 여러 번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런 여행은 꽤 재밌었다. 어느덧 커서 중간, 기말고사를 치르는 아들 녀석과 코로나19 때문에 이런 즉흥 여행이 잠정적으로 중단되어 옆지기와 나는 너무나도 아쉽고 또 아쉽다. 얼른 아들 녀석 키워놓고 우리 마음껏 여행 다니자. 가 우리의 소박한 꿈이랄까.
연애할 때도 어느 날 별 보러 가자 하고 차를 몰고 달려와서 함께 휙 떠났다. 그때는 아기도 없었고 말 그대로 차에 타자마자 출발해서 한참을 달려 밤 바닷가 어디선가 쏟아지는 별빛을 보았다. 함께 떠난 유럽여행에서만큼 낭만적이었다.
외국에서 만나서 사귀었던 우리는 몇 년간을 차로 6시간 정도 떨어진 장거리 커플로 지냈다. 어느 날 갑자기 보고 싶다며 전화 통화하는 내내 달려 새벽에 오기도 했다. "나와봐. 나 보이지?" 하며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어서 화장 같은 건 애초에 포기하고 민낯으로 살금살금 나가 잠깐 얼굴 보고 오기도 했다. 비비크림 같은 게 그때 있었어야 했는데! ㅎㅎㅎ 이십 대라 피부가 좋았으리라.
'별 보러 가자' 노랫말처럼 겉옷만 걸치고 나가서 꽁냥꽁냥 안아주고 반가움에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아침이 올 때까지 피시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동이 트면 일찍 나와서 만나자 약속하던 당시 남자 친구는 옆지기가 되어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