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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Oct 09. 2024

취미는 나만의 '쉼'

누구나 어린 시절 꿈을 꾼다.

그것이 작고 소박한 꿈이든 원대한 이상과 희망을 간직한 꿈이든 꿈을 이룬 사람이 더 많을까 이루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까. 어린 시절의 내가 꿈꾸던 대로 어른의 내가 살고 있을까. 꿈이 없는 사람은 없었지만 꿈을 잃은 사람은 많다.

취미는 꿈이었기도 하고 꿈을 이루는 과정이기도 하고 위안이기도 하고 휴식이기도 하다.

취미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내가 좋아하고 내가 즐기는 일이다.  인간의 뇌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에너지를 투자한다고 한다.

20대에 히라가나를 외워보려다 하루 만에 못 외우겠다 포기했던 일본어에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목표는 글자 읽기였다. 한자도 아닌 게 그림 같기도 한 이상한 글자를 알고 싶어졌다. 수입식품 봉지에 쓰여있는 '스시, 우동, 와사비' 등 단지 일본어를 읽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첫날 책을 사놓고도 갈까 말까 망설이다 용기를 내었다. 외워야 하는 글자들이 쏟아졌다. 여태 배운 언어 중 가장 어렵게 느껴졌지만 꾸역꾸역 숙제도 해보고 출석을 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아는 언니에게 이끌려 지금은 거의 잊었지만 초급 중국어를 몇 달간 얼떨결에 배웠다. 싱가포르 차이나타운 가서 써먹으려다가 '이거 이거 싼 거' 하며 메뉴를 시키고 '뚜오샤오치엔' 하고 물었다가 모르는 중국어가 쏟아져서 놀란 나머지 영어로 대화를 변경하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을 웃겼다. 중국어를 배우면서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아는 단어가 늘어날수록 견문이 넓어지게 돼서 재미가 있었다. 일본어도 배우다 보니 일본에 대해 몰랐던 것들이 많이 보여 좋다. 요즘 통번역앱이 많다지만 외국어는 배울수록 그 나라의 문화도 함께 알게 되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아 좋은 취미인 듯하다.

도예, 목공, 꽃꽂이등 몸으로 작업을 하는 것은 머리를 비우기에 좋다. 게다가 이런 취미들은 내 작품을 만드는 성취감도 준다. 시간 내에 만들어야 하니 바쁜데 이 또한 묘하게 힐링이 되기도 했다. 정신없이 몰입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꽃바구니가 만들어져 있고 도자기가 만들어져 있어서 세상사가 복잡하게 느껴질 때 만드는 취미를 갖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혼자 또는 같이 하는 취미는 삶의 활력이 되어주기도 하고 충전소가 되기도 한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한 명의 개인이 되는 시간이기도 하고 꿈이었던 일을 이뤄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서 선택해서 하는 일이기에 의무도 아니고 책임도 없다. 그래서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기에 좋다.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나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열정을 불태우는 것도 내 선택이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내 선택이다. 취미가 일이 되면 또 다르겠지만 취미가 취미로 존재할 때 취미는 휴식을 준다. 복잡한 생각취미 생활을 하는 동안잠시 멈춘다.

취미는 고단한 일상 속의 나만의 '쉼'이다.

여유가 있어야 취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취미를 가짐으로써 여유가 생긴다. 스스로 자유로운 시간을 가짐으로써 어깨를 짓누르는 사회적 역할에서 벗어나 비로소 그저 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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