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에서 하는 명상 시간에 눈을 감아도 늘 잡생각에 가득 찼었다. 그러다 어느 날 완벽한 '멍'을 경험했다.
머릿속이 비워지고 시원해졌다. 눈을 감고 생각이 흐르도록 놔두다가 내 몸만 집중해서 느껴보기로 했다. 머리부터 등줄기를 따라 손이 올려진 다리...로 의식이 흐르다 머리가 비워졌다. 감격스러울 만큼 모든 게 놓아지는 느낌이었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시간에 쫓기거나 마음이 다급해질 때 나는 스스로에게 "릴랙스, 릴랙스"를 외치며 심호흡한다. 짧게나마 명상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오늘 꼬수운 라테를 마시고 싶어 부지런히 카페를 검색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시집 한 권을 가방에 넣고
바람이 살랑거리며 드나드는 카페에 들어갔다. 기온이 올라가 카페 사장님이 에어컨을 틀고 폴딩도어를 닫을 때까지 나는 혼자 앉아 카페 멍 때리기를 했다.
거의 일 년 만에 갖는 나만의 여유였다. 마음 편할 날이 없던 지난 일 년의 시간은 까마득히 멀어졌다.
'나는 지금 여기 앉아 있다.'
사람들이 추천한 꼬숩고 맛있는 라테가 코 끝을 감돌고 입 속에 머물렀다가 목을 타고 내려 가는 것을 온전히 느끼며 간간히 느껴지는 미풍에 발을 흔들었다.
마음에 드는 라테를 찾으니 기분이 좋았던 걸까.
나는 라테를 내 앞에 고이 모셔놓고 카페 멍을 때렸다.
넘치도록 라테를 담아 사장님이 정성스레 가져다준 커피잔에 입을 대는 순간 커피 향과 함께 전해진 커피 한 모금이 처음 온 카페에서 느낀 긴장감을 모두 풀어버렸다.
무장해제된 나는 따뜻한 볕을 느끼며 나무 탁자에 턱을 괴고 허공에 뜬 발을 까닥이며 그냥 이 분위기를 혼자 즐겼다.
이토록 멋진 날이라니!
전 날 잠이 부족해 무아지경이었을까.
펼쳐 둔 시집을 읽어 내릴 때까지 카페에서의 명상은 계속되었다. 멍해지는 정신과는 반대로 마음은 너무 평화로워졌다.
나는 가끔 카페에서 혼자 쉬고 싶다.
아지트가 될 카페는 마음에 드는 커피, 틀어주는 음악, 분위기가 어우러져야 니즈가 만족된다.
용기 내어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선 자신을 칭찬했다.
삶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바람이 불지 모르겠다. 그럴 때면 또 스스로에게 릴랙스를 수없이 말해주며 카페에 와서 멍 때리기를 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