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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Oct 17. 2024

저물어가는 것들에 기대어 쉬어본다.

불일치. 살다 보니 언행일치가 참 힘든 것이더라. 아무리 현자 같은 사람이더라도 그의 말과 삶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인격과 예의는 언행일치로 향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랄까.

쉬고 싶다고 모든 것을 놓기가 어려운 이유가 언행을 불일치하게 한다. 세속을 다 버리고 떠나기에는 우리에게 부여된 책임과 역할이 너무 많다. 부모 역할, 자식 역할, 일터에서의 역할, 배우자 역할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다만 한 점이라기에는 '나'의 소용에 머뭇거려진다.  혼자 무작정 쉬고 싶다고 쉽사리 쉴 수 없는 이유겠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처럼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예술적 삶을 위하여 사회적 삶을 내던지기가 어디 쉽겠는가.

'이기'에 가까워 보이던 스트릭랜드를 마냥 나쁘다 할 수는 없었다.  가족을 어진 중년 이후의 삶이 버거운 적이 다들 있을 테니 가슴속 한 귀퉁이에서는 스트릭랜드의 삶을 저 몰래 동경했을지도 모른다. 혼자 훌쩍 떠나는 긴 여행이라든가 나의 꿈을 향해 나머지 삶을 불사르는 여정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짊어진 짐과 생각이라도 잠시 내려두고 싶다. 모래알처럼 껄끄러운 잘못과 상처, 슬픔과 분노도

흘려보내고 싶다.

저물어가는 모든 것들에게 기대어 쉬고 싶다.

하늘을 물들인 노을에 기대고 기울어진 달에도 기대어보며 고된 하루 이렇게 잠시 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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