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가 '평범하게만 살면 된다.' 하지만 살수록 나이 들수록 느낀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쉽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수록 도인처럼 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왜 철학서에 그토록 '물 흐르듯 살아야 한다.'라는 말이 적혀 있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함' 그것이 되게 어려운 거더라는 것을. 내가 나답게 살기 어렵고 남들처럼 살기도 어렵다는 아이러니다. 가끔은 나라는 인간이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살겠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하루하루 살면 되지 싶다가도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여태 뭐 했나 싶고 자고 밥 먹고 일하고 이런 일상을 '나다움'이라고 할 수 있는지 툭툭 가슴속에서 반문이 올라오면 푹 하고 한숨을 내쉬고 만다. '그냥 하루 버티는 거지 그게 일상이고 평범함 아니야? 그래, 잘 살고 있는 거다.' 하고 스스로 위안했다가도 '이렇게 살기 싫었는데,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었는데 이게 뭐야? 내 인생.' 하고 한심함이 밀려온다. 고개를 들어 바깥을 보면 봄, 여름, 가을이 벌써 다 지나가 있고 겨울이 다가온다. 연초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하루를 살고 있는 나 자신만 남아 있다. 다시 새해 다짐을 할 시간만 성큼 다가와 있다. 이제 와서 연말에 한 해 잘 마무리하겠다며 송년회를 하겠지. 무사안일한 게 최고라고 올해도 이런저런 마음 쓰는 일은 겪었지만 '현시점에 크게 다치고 아픈 데 없으면 됐지.' 하고 가족끼리 도란도란 한 해를 마무리하면 어떠랴.
젊은 시절 나는 평범하게 사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나만의 개성이 있는 삶, 톡톡 튀고 즐겁고 낭만적인 삶을 동경했었다. 그런데 현재의 나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삶이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만 같다. 남들을 보면 아직도 열정 있게 사는 것 같은데 말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은데 용기도 바람과 같이 빠져나간 모양이다.
'해도 될까? 늦지 않았을까? 새로 시작하면 일이 많아질 텐데 힘들지 않을까? 지금도 버겁지 않나?' 온갖 방구석 상상에 나를 맡긴 채 나이만 스멀스멀 먹어간다.
이제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열정을 불사르기에는 재미있는 것이 사라진 것일까. 그럴 리 없을 텐데.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가 나를 새장 속의 새처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뛰어나게 뭘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두려운 것이 무엇일까.
결국 나를 사랑해 주고 나를 믿어줄 사람이 나였는데...
나답게 살기 위해 나는 삶을 즐기기 위한 준비의 끈을 새로 묶어야 한다. 나답게 사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한 어려운 일이다. 누가 뭐라 한들 어떠랴.
오늘 한 발자국 내딛고 힘들면 쉬면서 나만의 호흡을 가다듬으며 또 그렇게 살아가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