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안단테
저녁이 왜 우는지 아냐고 물으면,
하루종일 한 곳만 바라보다 지쳐 주저앉는 거라고
캄캄한 나무가 답했다
소리 없이 스며 나오는 눈물처럼
잠시 누군가에게 저물녘을 내주는 날이었다
손수건 한 장 같은 창문이
전등방울 찍어내는 것이어서
똑같이 참으면 노을 진 자리에도 달이 흘러든다고
이별을 담담히 맞이하는 나무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갈림길에서
낙엽은 횡단을 감행했다
불순한 날씨가 어깨를 좁게 만들었으므로
길의 끝에서 시선의 끝으로 또각또각
걸어오는 가을,
저녁은 아직 아물지 못했다
사람들은 가로등처럼 간격을 유지한 채
소실점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텅 빈 공원에 슬픔 하나 세워놓았다
밤이 우는 소리가 별들에서 떨려왔다
시인의 산문)
살아있음은 사랑했다는
한 가지 이유면 충분하다
한때는 무성했던 나무숲의 그림자마저 바닥에 앙상히 누워있다
표적도 없이 흔들리는 마른 몇 잎까지도
모두 잃지 않고선 지나온 시간을 추억이라 부를 수 없다
완벽한 비움 뒤에야 찿아올 새잎들,
이미 생명을 다한 나뭇잎 사연들은 나이테 속에 깊숙이 새겨 넣고,
이제는 붙잡고 있던 너를 떠나보낸다
낙옆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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