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야 한다 (18)
일기장을 펼칩니다.
“길을 잃어버린 느낌.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느낌.
여기저기 휩쓸려 다니는.
얼마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저는 괜찮았습니다.
지금의 저를,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대사입니다.
“나도 내가 낯설어. (중략)
근데, 받아들이기로 했어.
나한테 소중한 걸 되찾기 위해서는
겪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저도 제가 낯설지만,
이 현실이 낯설지만
받아들이려 합니다.
또 일기장을 펼칩니다.
“약 기운 때문일까? 계속 졸리고 피곤하다.
기운이 없으니 부정적인 생각도 안 나고(?)
하루하루가 전쟁.
나보다 힘든 분들이 훨씬 많겠지만
아무튼 힘겹게 싸운다.”
네, 저는 멈추지 않으렵니다.
참고로 어느 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우울증 약을 중간에 끊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고 합니다.
“충분한 기간 동안 약을 복용하지도 않은 채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나타난다고 오해할 때,
평생 약을 끊지 못하고
약물에 의존해 살게 되지나 않을까 겁을 낼 때,
정신력으로 이겨보겠다고 할 때 등이다.
항우울제 효과는 일주일 만에도 나타나지만
3~4주는 먹어야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인내심을 갖고 약을 복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약을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낯선 하루,
그래도 감사한 하루입니다.
<생존의 날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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