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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Mar 06. 2024

법치주의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 핵심에는 법에 의한 지배,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삼권분립, 개인의 권리와 자유 보장이 있다. 국가와 정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때는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에 반드시 의거해야 한다. 법치주의는 특정 사람에 의한 자의적인 통치에서 벗어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갖춘 국가 시스템 구축의 기반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법치주의와 준법을 아직도 혼동한다. 준법은 법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대·중세·근대 사회에서도 법은 존재했고, 범법자에 대한 처벌은 존재했다. 당시엔 왕이나 독재자에 의해 독단적인 통치와 사법이 이뤄졌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법치주의는 정치와 법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제한과 견제를 이뤄낸다는 점에서 완전히 구분된다.     


법치주의는 형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 구분된다. 형식적 법치주의는 국가 권력의 제한, 국가 기관의 권한과 기능 등을 규정하는 것으로, 국가 권력은 법을 통해 합법성을 부여받게 된다. 다만, 독재체제도 형식적인 법치주의를 갖출 수 있는데 법을 앞세워 자의적 통치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법치주의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장이라는 목적을 상실한 채 통치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실질적 법치주의는 법의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과 목적까지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에 부합해야 함을 말한다.   

   

법치주의의 역사는 영국 명예혁명,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예혁명은 제임스 2세의 전제정치에 대항해 일어났다. 1688년 12월 23일 제임스 2세가 프랑스로 망명했고, 다음 해 2월 13일 국민협의회가 윌리엄 3세를 국왕으로 추대됐다. 이 과정에서 영국 의회 정치 확립의 기초가 되고, 미국의 독립과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미친 권리장전이 선포된다. 권리장전은 의회의 승인 없이 법을 제정하거나 법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없다, 의회의 승인 없이 세금을 거둘 수 없다, 의회의 승인 없이 상비군을 유지할 수 없다, 의회의 선거는 자유로워야 한다, 의회 내에서의 토론을 자유로워야 한다, 의회는 자주 소집돼야 한다, 법은 공정하고 적절하게 운영돼야 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      


미국 독립전쟁은 대표 없이는 과세도 없다가 슬로건이다. 영국 의회에 대표자를 보내지 못하고, 세금만 부과받던 식민지 미국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다. 이것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계기는 1773년 12월 16일 벌어진 보스턴 차 사건이다. 홍차 과세에 대해 불만을 품고 매사추세츠만 주민들이 영국 선박을 습격해 차를 바다에 버렸다. 미국 독립 선언문은 천부인권, 인민 주권, 저항권을 명시하고 있다. 절대 왕정에 반대하는 혁명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자유, 평등, 주권을 확립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1775년부터 1783년까지 8년간의 전쟁 끝에 세계 최초의 근대적 민주 국가를 설립한다.      


프랑스혁명은 루이 16세의 사치스러운 궁정생활과 전쟁으로 재정이 파탄 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프랑스는 제1계급인 성직자, 제2계급인 귀족, 제3계급인 부르주아라는 구제도의 모순이 존재했다. 루이 16세는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삼부회를 소집했고, 특권계층과 부르주아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다.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습격을 시작으로 혁명이 시작돼 국민공회가 설립된다. 국민공회는 급진파인 자코뱅파가 왼쪽에, 온건파인 지롱드파가 오른쪽에 앉게 되는데, 이것이 현재 좌파와 우파 단어의 기원이 된다. 1789년 8월 4일 헌법제정의회는 봉건적 신분제의 폐지를 선언했다. 8월 26일엔 인권선언이 가결됐고 인간의 자유·평등, 국민주권, 법 앞의 평등, 사상의 자유, 과세의 평등 등이 명시됐다. 프랑스혁명은 절대왕정을 타도하고 시민계급이 권력을 차지하면서 근대 시민사회의 발전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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