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rán morir las personas, pero jamás sus ideas. (Ernesto Che Guevara)
사람은 죽어도 그들의 생각은 결코 죽지 않는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평가했던 체 게바라가 남긴 말이다. 그는 부유한 집안의 의사에서 혁명가로, 쿠바의 장관에서 밀림의 게릴라로 보장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다. 체 게바라는 일생을 바쳐 자본주의와 맞서 싸웠고, 사망 후에도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쳤다.
대한민국 진보정치에는 두 명의 거목이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회찬 전 의원이다. 안타깝게도 생전 두 분은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듯 당은 쪼개지고, 진보 내에서 더 매서운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진보정당이라면 노무현 정신과 노회찬 가치를 계승하고 있음을 표방한다. 심지어 보수진영에서조차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노 전 의원에 대한 책은 이미 시중에 차고 넘친다. 그러니 왜 글을 쓰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하나다. 노무현 정부와 민주노동당 시절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대부분은 두 분과 함께 했던 사람들의 회고록이다.저자들은 당연히 중장년층이다. 이것이 의미가 없다기보다는 대다수 청년들에게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30세대에게는 두 분이 낯설다. 2024년 5월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가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고 해서 찾아뵌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한 20대 청년의 한마디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자신은 솔직히 노 전 대통령과 노 전 의원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신이나 노회찬 가치라는 명분이나 슬로건은 무의미해진다.
그때 나 스스로를 돌이켜봤다. 과연 노 전 대통령과 노 전 의원을 제대로 아는가. 나조차도 확답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노무현 정부 당시 중·고등학생이었고, 나중에 노무현 정신을 책으로 공부했다. 그 이후엔 노 전 대통령을 그 누구보다도 좋아했고, 2009년 5월 23일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땐 며칠을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노 전 의원의 전성기는 민주노동당부터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나에게는 진보신당 때부터의 기억부터 생생하다. 팟캐스트 방송 ‘노유진의 정치카페’, 'MBC100분 토론' 등에서 촌철살인의 화법을 구사해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노 전 의원의 경우 2018년 기자가 된 후 국회를 출입하면서 몇 번 뵌 적 있다. 그러나 그해 7월 갑작스럽게 노 전 의원은 생을 마감했고, 며칠을 펑펑 울며 기사를 썼다. 국회의원회관 510호 앞을 지날 때마다 나는 그가 생각난다.
‘나의 노무현 너의 노회찬’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진보정치 실전서이다. 이 책은 노무현 정신, 노회찬 가치, 진보의 성찰, 진보의 미래로 구성됐다. 지금까지와 달리 기성세대가 아닌 1989년생 청년의 시각에서, 단순 인물사가 아닌 현대적 해석을 더한다.
노무현 정신은 노 전 대통령의 결정적 순간과 연설을 바탕으로 계승할 점들을 모색한다. 노회찬 가치는 노 전 의원의 정치 인생과 어록을 중심으로 진보정치의 방향성을 진단한다. 진보의 성찰은 진보정당의 역사를 살펴보고 과오를 반성한다. 진보의 미래는 노동, 기후, 여성 등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한다.
대학 시절만 해도 진보 그 자체가 멋있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었다.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생각이 트여있는 사람들을 지칭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과 노 전 의원을 언급하는 정당·정치인들이 올드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그들이 또 다른 기득권이 됐고, 진보의 가치는 그때 그 시절에 멈춰버렸다.
감히 말하건대 진보 정치의 위기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선거 승리에만 몰두돼 본질을 모두가 잊어버렸다. 안전하고 편안한 것만을 추구하면 더 이상 진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노 전 대통령과 노 전 의원을 뛰어넘어야 한다. 진보의 길은 ‘노무현보다 더 노무현답게, 노회찬보다 더 노회찬답게’여야만 한다. 바라건대 이 책이 진보정치 재건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