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자수첩

[기자수첩] 내란무장단체 된 경호처

by 임춘한

‘개인화기’, ‘60cm 면도날 철조망’, ‘차벽’, ‘인간방패’.

윤석열 대통령 관저. [사진출처=뉴시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고 있는 대통령경호처의 현주소다. 경호처 지휘부는 대통령경호법을 근거로 무장 상태로 영장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경호법을 헌법보다 상위법으로 인식하는 반민주적인 행태다. 수사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막아선 이상 경호처 폐지는 불가피해졌다.


우리나라에서 경호처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경호처는 1963년 12월 17일 박정희 정부 시절 만들어진 권위주의 체제의 산물이다. 경호실장은 대통령의 가장 측근으로, 군사독재시절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내세우며 경호처를 차관급으로 격하했고 박근혜 정부는 경호실을 신설하고 다시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 경호국으로 바꾸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놨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방조한 경호실을 경호처로 직급을 낮췄다.


더불어민주당은 경호처 폐지론을 꺼내 들었다.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실 직속 대통령 경호처는 없애야 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다른 나라들처럼 경호업무를 타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발의된 총 7건의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경호처를 폐지하고 경찰청 경호국을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해법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경호업무를 경찰로 이관해 민주적인 조직 형태로 바꾸는 방향성은 맞다. 미국‧영국‧독일 등은 국가수반 경호를 독립 기관이 아닌 경찰이나 정부 부처 산하에 맡긴다. 세계 최강의 대통령 경호조직을 갖춘 미국조차도 SS(Secret Service)는 국토안보부 산하에 있다. 윌리엄 맥킨리,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등에도 SS의 대통령 직속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의회에서 경호처가 사병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영국은 런던광역경찰청, 독일 연방범죄수사청 등 경찰이 국가원수 경호를 담당한다.


다만 경찰의 비대화와 권력 집중이라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직접 경찰력을 관리하는 국가경찰제도다. 선진국은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맡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찰로 경호업무의 이관될 시 또다시 견제 장치가 없어진다. 경찰 조직에서 경호국이 막강한 힘을 가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가경찰위원회 등 권한 강화를 통해 경찰청장과 경호국의 권력 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현대민주주의에서 권력이 있는 곳에는 통제가 따른다. 견제받지 않는 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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