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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심 업무는 핵심 업무의 또 다른 얼굴

모든 주연은 조연이었다

by gracious man


일반적으로 기업은 아웃소싱 전략을 통해 핵심 업무는 내부에서 수행하고,
비핵심 업무는 외부에 위탁하여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이때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핵심 업무 = 중요 업무”, “비핵심 업무 = 중요하지 않은 업무“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중요하지 않은 업무이기 때문에 아웃소싱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인식이며, BPO전문기업의 관계자들조차도 이러한 오해를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핵심 업무의 정의는 기업의 사업 모델, 전략, 목표, 수익 창출 방식, 그리고 현재의 사업 실적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서는 이러한 정의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를 처음에는 자사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지원하는 비핵심 업무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기업의 가장 주요 수익원이자 핵심 업무로 성장시켰습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서 비핵심 업무가 어떻게 핵심 경쟁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핵심 업무를 수익 창출에 직접 관여하는 업무로 정의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존재 가치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관점입니다. 물론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수익 창출은 각 구성원들의 수익을 증대시키고, 고용 증대와 세수 확보를 통해 사회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합니다. 그러나 IT 기술 혁명과 글로벌화로 인해 현대의 기업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다면화되었습니다. 신기술 개발을 통한 산업 생태계 혁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 ESG 경영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여 등으로 기업의 역할이 확장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핵심 업무는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이 큰 업무"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반면에 비핵심 업무는 현시점에서 직접적인 수익 창출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기업의 주요 비즈니스 전략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 및 백업 기능을 수행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비핵심 업무 =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의 기업들은 국내외에서 수많은 경쟁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국가의 운명을 걸고 전쟁을 치르는 군대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투 부대가 기업의 핵심 업무라면, 물자 공급과 의료 지원을 담당하는 후방 지원 부대는 비핵심 업무에 해당합니다.

전투 부대와 후방 지원 부대 모두 승리를 위해 필수적이며,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비핵심업무≠중요하지 않은 업무©️ 2024. 나무늘보 All rights reserved.
비핵심업무=핵심업무(!?)©️ 2024. 나무늘보 All rights reserved.






앞서 설명한 AWS의 성공사례와 달리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의 시대적 변화에 맞춘 전환 실패 사례도 주목할 만합니다. 1880년 조지 이스트먼이 간판 제조회사 설립한 코닥(Kodak)은 1970년대 필름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절대강자였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코닥(Kodak)이 디지털카메라 기술 개발을 하지 못해 2012년 파산 신청까지 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실은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것은 바로 코닥(Kodak)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핵심 업무로 간주하고 이후에도 필름 카메라 사업에만 집중한 결과 시장에서 도태되었습니다.


반면 일본의 후지필름(Fujifilm Holdings Corporation)은 기존의 자산(비핵심영역)을 활용하면서 방향을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후지필름은 1984년 미국 LA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되면서 20세기 초반까지는 필름 카메라 시장의 성장과 함께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아가 2000년에는 필름 사업 부문이 회사 이익의 7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필름 시장이 몰락하면서 기존의 필름과 카메라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을 때 후지필름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필름 회사가 아닌 필름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화학기술을 활용하여 화장품, 제약, 의료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바이오 기업으로의 전환에성공하였습니다.


현재의 후지필름은 자회사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Fujifilm Diosynth Biotechnologies)가 미국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원약을 위탁 생산하면서 코로나 사태 해결에 기여한 주요 제약 기업으로 꼽힐 정도로 성장하였습니다. 회사의 핵심 기술(업무)과 화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역량을 재정의해 추진한 신사업은 후지필름을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는 시대 변화에 따라 핵심/비핵심 업무의 구분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의 구분은 현재 시점©️ 2024. 나무늘보 All rights reserved.


아웃소싱은 단순히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기업의 핵심 업무에 더 집중하여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점차 의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대신 모든 업무를 기업의 가치 창출 과정에서 상호 연결된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는 통합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혁신 시대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이러한 통합적 관점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전략적인 아웃소싱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아웃소싱의 성공은 기업이 본래의 핵심 업무에 얼마나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며 수익 증대로 이어졌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비용 절감은 여전히 중요한 목표이지만,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와 책임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한 사회 공헌에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라는 용어는 기업의 전략 및 목표, 주요 수익 창출 활동과 지원 기능을 구분하는 데 유용하지만, 이것이 중요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과 비핵심의 구분은 기업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유동적이며, 성공적인 아웃소싱을 위해서는 이러한 관점을 이해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기업은 변화하는 시장과 사회의 요구에민첩하게 대응하여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를 재정의하고,이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이루어 나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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