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예담) ●●●●●●●○○○
보통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 한 켠에는 '책읽기'나, '독서'라는 카테고리가 마련되어 있다. 보통은 인문 분야의 하위 카테고리 어딘가에 있는데, 그 카테고리를 죽 훑어보면 책을 추천하는 책들과 독서에 대한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책들로 양분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추천하는 책은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읽지만(요새는 아예 연도별로 과거에서부터 따라올라가는 중이다), 독서법에 대한 책들은 뻔한 얘기를 하거나 무리수를 둔다는 인식이 있어서 전혀 읽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은 양쪽 모두에 속하는 책이다.
.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내가 읽으려는 부분은 이동진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책을 접할까가 아닌, '무슨' 책을 접할까에 대한 얘기였다. 더구나 매일 '월든'이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나 '백년동안의 고독'만 추천받다가(물론 이 책들이 읽을만한 책이라는데는 전혀 이견이 없지만) 고전을 가급적 배제한 500권의 추천목록이라니 이쯤되면 집어들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실제로 이 책의 맨 뒤에는 어떤 책을 읽어도 전혀 후회하지 않을만큼 방대하고 다채로운 추천목록이 준비되어 있는데, 소설 분야 추천 1번이 찬호께이의 '13.67'이라는데서 신뢰가 마구마구 쌓인다. 순위는 아니고, 가나다순이지만. :)
. 훌륭한 책은 당연하게도 모든 페이지가 훌륭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고를 때 마지막으로 3분의 2쯤 되는 페이지를 펼쳐봅니다.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를 읽어요. 왜냐하면 인간의 시선이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잘 읽히거든요. 집중력도 높아지고요. 물론 앞에서부터 읽어온 것이 아니니까 그 페이지의 내용을 명확히는 잘 모르겠지요. 그래도 집중해서 한 페이지만 보면 그 책이 나한테 맞는지, 좋은 책인지, 잘 쓴 책인지 알 수 있습니다. (중략) 왜 하필이면 3분의 2 지점을 보는 거냐면, 저자의 힘이 가장 떨어질 때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중략) 3분의 2쯤을 읽으면 저자의 약한 급소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부분마저 훌륭하다면 그 책은 정말 훌륭하니까 그 책을 읽으시면 됩니다.
- p. 76. 책을 고르는 세 가지 방법
. 그러다보니 독서법에 대해선 읽을 필요가 없다는 마음도 누그러져서(^^;) 굳이 뛰어넘지 않고 한 권을 통째로 다 읽었는데, 중간중간 괜찮은 부분들이 있었다. 이동진 작가 역시도 나처럼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다는 게 반갑기도 했고(이걸 초병렬 독서법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꽤 알려진 방법인가보다. 사실 나같은 경우는 딱히 방법론이라기보단 몇년 전 리브로 이벤트 때 가급적 많은 포인트를 얻으려고 해봤다가 의외로 완독률이 높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서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나는 거의 읽지 않는 서문을 꼼꼼히 읽는다는 부분이나 애매한 책인 것 같을때는 2/3 지점을 읽어보라는 꿀팁도 솔깃했다. 그 중간 중간에 한 해에 개봉되는 영화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전문가의 '썰'도 재미있었고. 참고로 한 해 개봉되는 영화는 1,500편, 출간되는 책은 5만 종 정도라 영화는 전부 볼 수 있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는 괴물같은 소리를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 그렇기 때문에 하나, 혹은 몇몇 장르 위주로만 파는 비평가는 있을 수 있어도, 영화처럼 모든 장르를 망라할 수 있는 '독서전문가'가 나오는 건 불가능할 수밖에 없나보다. 아이러니한 건 이 책을 읽으며 독서법에 대한 책에 대한 편견도 좀 내려놔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해에 출간되는 책이 5만종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결국에는 또 다시 책을 추천하는 책 쪽으로 손이 가게 된다는 것. 세상에 읽을 책은 너무나도 많고, 추천 받은 책에 한정하더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턱없이 모자라니까. :)
.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문학은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보통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말이라는 것은 자꾸 쓰다 보면, 특히 좋은 말일수록 먼지가 내려앉게 되어 있어요. (중략) 그러면 그 말을 진짜로 하고 싶어도 멈칫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문학은 오랜 세월 말에 쌓여 있는 수많은 먼지 같은 것을 털어서 그 말의 고유한 의미나 다른 의미를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 p. 31. 문학을 왜 읽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