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만원
수영을 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처음 몇 년은 젊은 20대 강사님과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반에서 재밌게 수영을 배웠다. 수영 실력이 늘면서 윗반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 반은 대부분의 회원들이 50대였고 강사님도 나이가 많았다.
앞사람 출발 후 간격을 두고 시작하라고 아무리 강사님이 말을 해도 듣지 않는 50대 아저씨, 아주머니들. 발을 계속 손으로 쳐서 먼저 가라고 하면 안 간단다.(그럼 치지를 말던가)
그리고 명절이 다가올 때였다. 강사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만원씩 내란다. 강요는 아니란다. 기존에 몇 년 동안 같이 한 강사님을 정말 좋아하고 감사했었지만 그 반에서는 한 번도 돈을 걷은 적이 없었다.
새로 간 반의 강사님은 새로 올라온 회원들을 전혀 챙기지 않았고 기존 회원들만 봐주고 수다를 떨었기에 고맙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사립수영장 치고도 비싼 강습비를 내고 있는데 왜 돈을 또 내야 하나 싶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새로 올라온 회원 중 일부는 내지 않았다. 나머지는 기존 회원들 눈치를 보며 ‘만원 내고 말지’하는 식이었다.
강사님께 전달된 떡값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만원을 낸 회원들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강요는 아니지만 누가 누가 냈는지는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알게 한다.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강사님이 전체 자세를 봐줄 때도 나는 대부분 건너 띄었다. 기존 회원 중에 강사님과 친한 회원들은 개인강습인 양 자세를 봐줬다.
그래,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
50~60대의 회원들은 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을 유난스러운 사람이거나 개인주의인 정 없는 사람인 양 말을 한다. 그런데 과연 만원에 아무 의도 없이 감사함만 들어있는 게 맞을까?
나이가 많은 강사님이 관두고 새로 젊은 강사님이 왔다. 기존 나이 많은 강사님처럼 능글능글하지 않고 좀 무뚝뚝하셨지만 강의에 열심히 셨다. 그 강사님에게도 명절에 돈을 드렸다. 그런데 그 후 50대 회원들은 뒷 말을 많이 했다.
“난 능글능글한 사람이 좋다” “돈 괜히 냈다” 며 온갖 불평불만을 한다. 기존 강사님과의 차이는 능글능글하게 굴지 않고 친한 회원만이 아닌 전체 회원을 골고루 봐준다는 것이었다.
개인교습처럼 특혜를 받던 회원은 자기를 특별대우하지 않음에 빈정이 상했다. 또 다른 회원은 능글한 농담을 뱉으며 자기의 기분을 맞춰주지 않으니 감사함의 표시라던 만원이 십만 원, 백만 원이나 되는 듯이 아까워했다.
만원으로 강사님에게 친절과 특별 대우를 바라던 그 들은 그렇게 새로운 강사님 뒷담화를 했다.
곧 추석이다. 또 강요는 아닌 감사함의 만원을 걷겠지. 꼭 그렇게 돈이 아니어도 열심히 배우고 회식 때 감사함을 말로 표현해도 충분할 텐데.
그렇게 성의 표시를 하고 싶거든 개인적으로 하던가.
그리고 수영장에서 돈은 받지 않는다고 공지문을 붙여놓으면 될 텐데 절대 하지 않는다. 나이 많은 강사님들도 그런 문화에 익숙한지 사양하는 사람을 못 봤다. 마음만 받겠다, 회식비에 보태 쓰셔라.. 라며 거절하면 될텐데 말이다. 젊은 강사님들은 안 주셔도 된다..라고 말이라도 하고 어쩔 줄 몰라하며 받으시기라도 하는데 말이다.
수영장은 주지 말라고 공지하고!
강사님은 받지 말고!
50~60대 회원들은 걷지 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