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후기록 04화

지금 여기, 달리기(記)

제22회 새벽강변 국제마라톤대회 하프 완주기

by siwoo

아침 7시 반부터 출발하는 새벽 마라톤이었지만 6월의 아침 해는 이미 어느 정도 떠서 뜨겁게 비치고 있었다. 이제 출발이다. 그것도 자그마치 하프마라톤, 내가 하프 마라톤을 뛴다니... 믿기지가 않네.

벅찬 마음으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 (지옥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하프마라톤을 정식적으로 뛰어봐야겠다는 생각은 10km 마라톤을 두 번째로 완주하면서부터다. 10km보다는 두 배이상 더 힘들겠지만 그래도 끈기가 좀 있는 나라면 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지난 겨울부터 하프마라톤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정확히 작년 이맘때쯤에 공식적인 첫번째 10km 마라톤을 오늘과 똑같은 장소(상암 평화의 공원)에서 완주하였다. 그 후로부터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며 최종적으로 18km까지 집 앞 공원 주변에서 뛰어보고 오늘 처음으로 하프 마라톤을 뛰었다. 일주일 전에 아내와 함께 10km 부부 마라톤을 완주하기는 했지만 바쁜 회사생활에 그렇게 충분하게 하프 마라톤 준비를 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수 많은 참가자들 속에서 사회자가 카운트를 세고 드디어 출발한다.


달리기 시작하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은 속도를 내어 나보다 잘 뛰시는 분들의 페이스를 절대 따라가지 말자를 첫 번째 철칙으로 삼았다. 아내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일주일 전에 아내와 10km를 뛰면서 처음에 속도가 나지 않는 아내를 위해서 일부러 속도를 좀 내어 뛰다가 중반 넘어가면서 아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중간에 걷다 뛰다가를 반복하고 완주를 한 후에 초반에 속도를 일부러 냈다는 말을 아내에게 했다가 나를 죽일작정이었냐는 꾸중을 듣고 난 후 나만의 페이스로 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더군다나 하프를 뛰면서 초반에 속도를 무리하게 내면 중간부터 분명히 힘들어질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머릿속에 계속 각인하고 뛰면서 계속 시계를 보며 내 연습 기준 속도 평균 5분 50초대에서 6분 때를 유지하면서 뛰었다. 러닝 내내 한 번도 쉬지 않고 걷지 않고 완주를 한 부분에는 이 철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본다.


초반의 달리기가 드디어 5km대를 넘었다. 나의 초반 고비는 시작 후 약 30분대, 약 5km 대가 되면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다는 느낌이 항상 오는 것이다. 이 고비만 넘기면 이후 또 30분대를 잘 버틸 수 있지만 이때의 약 몇 분 간의 답답함을 느끼는 부분을 잘 버티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에도 헉헉거리면서 버텨본다.


드디어 10km대를 돌파한다. 한 시간 대이다. 이때쯤에서 처음으로 에너지 젤을 달리면서 먹어본다. 10km 마라톤 때는 에너지 젤을 먹어야 될 필요성을 잘 몰랐는데 하프마라톤을 준비하면서 15km 이상을 다리고 보니 물을 물론이고 뭔가 체력적으로 보충해야 할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바가 있어서 달리기 15분 전에 하나를 먹고 달린 지 한 시간을 돌파하면서 추가로 하나를 더 먹었다. 바나나 맛이라고 샀는데 일주일 전에 아내는 토 나오는 맛이라고 안 먹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약간 익숙한 콧물맛;;) 암튼 다음 번엔 좀 더 맛있는 것으로 찾아보자. 그래서 에너지 젤을 처음 먹고 달린 후기는 연습할 때 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 안 먹는 것보다는 먹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 본다.


10km에서 15km를 지나는 시점에서 복병을 만난다. 업힐(오르막길)..... 연습할 때는 업힐의 구간이 길어봤자 90m 정도였는데 경기를 끝나고 통계를 보니 실제로 200m 넘는 구간을 오르고 내렸다. 어쩐지... 지속되는 오르막길, 여기서부터 걷는 사람이 한두 명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m를 지속적으로 달려온 사람들에게 오르막길은 자연스럽게 발길을 걷게 만들었다. 그래.. 조그만 걷자.~ 너무 힘들다... 이런 심경으로.. 앞선 사람들이 한두 명씩 오르막길에서 걷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초반의 다짐 중에 하나를 다시 되새겨 본다. 힘들면 속도를 줄일지언정 걷지는 말자이다. 걷게 되면 그 달콤한 편안함을 알기에 그 이후에 또 힘들면 또 걷게 되고 그러면 마라톤의 의미가 퇴색해지는 결과가 나타나니 절대 걷는 말자. 그런 맘으로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면 일부러 오르막을 좀 더 힘차게 올라가는 척을 해본다. 그리고 힘들면 속도를 좀 줄였다.


15km를 지나 마지막 반환점을 돌았다. 여기서부터는 사람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그리고 점차 나의 속도도 6분대로 느려졌다.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도저히 속도를 더 빠르게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더위에 오르막에 지친 나는 그렇게 내 인생의 처음 18km를 넘어서 20km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15km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계속해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래선 안 되겠다. 연습 때 힘들면 했던 방법. 숫자세기롤 들어갔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열 지금 여기, 감사합니다. 퇴근 후 러닝을 하면서 피곤해서 힘들고 하루의 복잡한 생각이 들거나 이런저런 생각이 뛰는 것이 방해하고 그러면 나는 숫자를 센다. 그리고 마지막은 지금 여기를 뛰고 있는 나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하여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다시 숫자를 또 센다. 이런 방법은 몇 년 동안 명상을 하면서 터득한 방법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뛰고 있는 나의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한 생각을 가지면 그나마 힘든 생각이 덜 하는 편이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 무엇인가를 찾고 있을 때 몸관리를 잘하고 있던 아내에게 추천받은 런데이앱을 통하여 뛰기 시작한 3년 전에 10분도 뛰기 힘들던 내가 30분을 뛰고 또 50분을 뛰고 한 시간을 뛰고 그리고 오늘 여기서 하프를 건강하게 뛰는 것 자체에 대한 이룰 수 없이 무한한 감사를 생각하면서 뛰었다.


그렇게 힘듦과 숫자와 감사를 생각하면서 뛰다 보니 이제 2km가 남았다. 그리고 1km 남은 시점부터는 끝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진짜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속도를 올려본다. 저 멀리 골인 지점이 보인다. 먼저 도착한 많은 사람들이 동료들을 환영해 주고 있다. 그 인파 속을 돌파하여 무사히 완주하였다.


21km 2시간 3분대 , 속도는 평균 5분 55초대.

이만하면 첫 도전에 선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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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주일 동안의 근육통 후유증과 싸워야겠지만 완주를 해낸 지금 이 순간은 너무나 나 자신이 대견하였고 나와의 싸움과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생각에 지금 이 자리의 내가 그냥 너무 좋아 보인다.

인생을 살면서 나와의 한계를 무수하게 느껴봤고 그 한계를 깬 것보다 한계에 의해서 내가 깨진 게 더 많은 인생에서 오늘의 완주는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아직 괜찮은 삶은 살고 있다고 너는 괜찮은 놈이라고 느끼게 해 준다. 한계를 알고 그것을 느끼고 나의 것으로 만들어 나아가는 것. 이것이 마라톤 완주의 후기이다.


지금 여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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