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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Sep 07. 2023

2023.09.01

THE START

팝송만 부르던 나


요즘 과학소년 표류기의 연재가 뜸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음악에 대한 나의 도전에 확신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날은 바로 저번주 토요일, 2023년 9월 1일이다. 내가 음악에 애정이 시작한 순간부터 확신이 생긴 날까지의 과정을 돌아보자.


내 기억의 첫 시작은 팝송이다. 초딩때부터 학원 가는 길에 아빠차에서 Maroon 5, Bruno mars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 지금처럼 VIBE로 스트리밍을 하지는 않았고 다운로드해서 듣곤 했다. 보상을 주는 조건으로 팝송 가사를 외우라는 재밌는 도전을 많이 받았다. 난 자주 영어 가사를 외웠고, 점점 빨리 가사를 외워서 엄마랑 아빠를 놀래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은 Maroon 5의 'Maps'를 불렀을 때다. 음정과 박자는 원래 잘 맞췄지만 그 곡에서는 Maroon 5 특유의 음색까지 따라 했다. (까랑까랑한 느낌..?) 아마 이때쯤 노래를 제대로 해볼까 생각해 봤던 것 같지만 그 생각은 기타로 넘어갔고 4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기타를 배웠다. 중1 때는 아빠 차의 음악 폭이 Imagine dragons로 확장되었고, 산울림이나 몇몇 트로트 노래가 있었지만 기억이 안 나니 생략하겠다.


힙합에 빠지다(Feat. XXXTENTACION)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중학교 2학년이었던 것 같다. 영재고 대비반에 들어갔고, 5시부터 10시까지 학원에 틀어박히며 집에서 학원까지 가는 셔틀 안에서 30분, 오는 길에 30분 동안 난 항상 음악을 들었다. 그때는 시험이 내 기분은 물론 모든 것을 결정했기 때문에 시험을 잘 본 행복한 날도, 못 봐서 죽고 싶은 날도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그래서 난 음악에 느끼는 감정이 너무 광범위하다. 내가 느껴본 모든 감정은 음악이 다 거쳐 갔던 거 같다. 그렇게 계속 셔틀을 타다가 XXXTENTACION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텐타시온'이라고 불리는 미국 래퍼를 알게 되었다. 사실 알게 된 것은 훨씬 전인데, 그의 음악을 처음 들어보았다.


그때 느낀 감정은 뭐였을까... 이것도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내 기록들을 살펴보면 내가 음악을 듣게 된 역사는 텐타시온 전과 후로 나뉜다. 내가 그를 알게 되었을 때 이미 그는 이 세상에 있지 않았다. 2018년 6월 18일에 자선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텐타시온은 강도의 총을 맞고 숨졌다. 그저 그가 타고 있던 차 안의 돈을 뺏는 것이 목적이었다.


텐타시온의 과거 행적은 아무리 봐도 옹호를 하려야 할 수가 없다. 매우 폭력적이고, 항상 악마의 재능이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녔다. 그의 모습이 이게 다라면, 나는 당연히 그의 음악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음악을 듣고 빠지기 전에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그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의 마인드는 전과 달리 건강하게 바뀌고 있었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다음은 그가 했던 말 중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다. 

내가 죽거나 희생을 해야 한다 해도,
내 인생이 적어도 5백만의 아이들을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어.


그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그가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 목소리가 좋았다. 한 노래를 몇 번이고 다시 들었고 그를 시작으로 내가 듣는 음악의 폭도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Juice WRLD와 Post Malone이다.


안타까운 소식은 Juice WRLD도 약물 중독으로 인해 2019년 12월부터는 이 세상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주스 월드는 2019년 6월에 방탄소년단의 <BTS 월드 OST>에 참여하였다. 나는 그의 멜로디컬 한 랩이 마음에 들었고, 자주 듣는 데도 전혀 질리는 부분이 없었다.


Post Malone은 내가 가장 큰 영향을 준 3명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이다. Sunflower와 Goodbyes는 정말 노래가 너무 좋다. 이번에 일산 KINTEX로 내한 공연을 와서 정말 미쳐버렸는데 성인만 예매할 수 있었다. 나중에 내가 WORLD CLASS가 된다면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다. 


Siwoo's favorite artist


대한민국

빈지노 (Beenzino)

아이유 (IU)

박재범 (Jay Park)

meenoi (미노이)

BIG Naughty (서동현)

AKMU (악뮤)

재지팩트 (Jazzyfact)

외국

XXXTENTACION

Post Malone

Juice WRLD

Imagine Dragons

Maroon 5

Halsey

Lauv

Powfu


음악에 대한 확신


9월 1일에 유튜브에서 우원재가 랩으로 무대를 찢는 3개의 영상을 봤는데, 정말 딱 포텐이 터져버렸다. 와... 랩의 멋을 제대로 느껴버렸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부터 꿈을 향해 달려가기로 결심했다. 내가 지금까지 음악을 들어온 시간과 내가 느낀 감정, '언젠가는 음악 한 번 해봐야지'하는 생각과 무대를 보며 느낀 감탄이 조화를 이루며 나의 미래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9/3 일요일에는 j-hope과 J. Cole이 함께한 'On the street'의 뮤직 비디오를 봤는데 진짜 멋있었다. 이 뮤비가 내 마음에 불을 지르며 쐐기를 박았다. 그냥 끝났다. 어차피 음악 안 해보면 후회할 텐데. 최고가 된다는 생각으로 도전해 보고, 실패하면 돌아오면 된다. 이게 젊음의 특권 아닌가?


내가 직접 내가 작사, 작곡한 곡을 사람들이 듣고 내가 음악을 들으며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력의 시작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나는 과학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할 정도의 공부는 놓지 않아야 한다. 사실 난 더 높은 학교를 가기 위해 조기진학을 포기했기 때문에 공부 때려치우고 음악 하겠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노력을 찾았다.


음악적 지식, 악기를 다루는 법, 작곡 등은 20살이 되기 전까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가사를 이루는 한국어와 영어를 깊이 배우는 것이다. 

 

한국어 파헤치기


동아 새국어사전과 '나태주 대표시 선집'을 빌렸다.

국어사전 볼 때마다 웃기다

국어사전을 빌린 것은 에미넴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에미넴은 고등학교 때 사전을 보며 모든 단어를 머릿속에 넣으려고 했다. 나도 모든 한국어 단어를 뇌에 새기려고 한다. Rhyme을 아주 다채롭고 풍성하게 구성할 것이다. 

나태주 대표시 선집은 나의 시적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아이유의 가사를 보면 정말 시적이다. 심지어 아이유는 가사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직접 곡을 바꾸기도 한다.


영어 파헤치기


학교 영어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영어 가사를 쓰기 위해서는 회화 수준을 넘어서는 영어 실력과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꿈을 끝까지 경청해 주셨고 응원해 주셨다. 실제로 옛날에 쌤이 한창 고3 담임 선생님을 맡으셨을 작곡가가 되겠다는 학생이 CD에 자신이 만든 곡을 들려준 적이 있다고 한다. 진짜 멋있다. 


먼저 발음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 미국 하이틴 드라마를 보며 섀도잉을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섀도잉이란 발음과 어조, 강세 등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이다. 쌤은 인토네이션이 가장 중요하고, R발음을 굴리는 등 세세한 것은 덜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웬즈데이를 보며 섀도잉을 하고 있다. 지금은 영어 자막을 보며 따라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영어 자막 없이 따라 하려고 한다.


그다음은 작문인데, 영어 글을 작문하기에는 내 뇌에 있는 영단어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쌤이 인식하셨다. 그래서 쉽고 재밌는 영어 책을 읽는 것을 처방하셨다. 'Extensive reading'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글쓰기, 독해 등 여러 측면에서 영어 실력을 향상한다고 한다. 친구가 어릴 때 영어 학원에서 읽은 'Stargirls'라는 책이 재밌었다고 해서 믿고 샀다. 다음 주 월요일에 온다.


일단 나의 첫 시작은 이 정도이다. 원래 모든 전설의 시작은 초라하다. 볼카노프스키도 공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스파링에 시작하고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너처럼 다른 길로 가는 것도 아닌데, 너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애가 없는 것 같아'라고 화요일에 친구가 격려를 해주었다. 사실 이번주에는 음악 하는 상상 하느라 공부를 놔버렸는데 다시 정신 차려야겠다. 내가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마인드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면 성공은 시간문제다. 힘들수록 높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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