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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soul May 12. 2020

버튼을 누르지 않게하기 위해서는…

버튼(20200131)


1.

충삼씨는 퇴근을 하고 오랜만의 맥주앤 테레비 타임을 위해 소파에 앉았다. 뉴스에선 별안간 몇날며칠동안 죽음의 버튼 바이러스에대한얘기뿐이다. 수년전 인간의 죽음의 비밀이 드디어 밝혀졌었다. 간뇌와 뇌하수체 사이에 저 작은 콩알만하게 튀어나온 저것이 눌리면, 사람은 죽는거랜다. 그러나 저 콩알버튼은 사람이 건들 수가 없는 영역이며 바이러스처럼 작은 존재만이 누를수가 있다고했다. 그러니 밝히면 뭐하겠나 싶다만은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인간의 영생을 위한 도약이라나 뭐라나 매우 역사적인 일이라고 떠들어댔다. 그 이후에 그 버튼을 보존하는 오만가지 민간요법이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지금은 그 죽음의 버튼을 누르기위해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띵동,  

피자왔습니다.  

-32900원,,, 카드되나요?  

-넵 됩니다, 그런데 집에 초인종이있네요? 초인종 있는 집 못본지 십년정도 된것같은데,,, 오랜만에 눌러보니까 신기하네요 어릴때 생각도 나고.  

-아 하긴 요즘 흔치는 않죠. 수고하세요. 


버튼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버튼을 보다 더 많이 없애고 싶어했다. 십년 사이에 핸드폰의버튼은 아예 사라졌다. 문자를 쓸때마다 또각또각 했던 자판이 싹다 사라지고 통화와 종료 버튼만 남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한동안은 지문으로 휴대폰을 열 수 있는, 눌리는 버튼이 있더니 눌리지 않게 바뀌었고, 지금은 그것마저 사라졌다. 하긴 버튼없이도 맨유리가 지문을 읽을수 있으니 굳이 심미적 요소를 해치는 버튼 따위가 필요있을리가,,, 근데 진짜 버튼은 예쁘기 위해 사라지는걸까?  그렇게 버튼이 사라진 자리에는 일단 깔끔하고, 또다른 무언가 새로운것을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일단 없애고 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늘 핸즈프리를 꿈꾼 우리 인간의 본성 때문에, 버튼이 없어지면 손이 자유로우니까? 아니면,,, 버튼을 누르는 에너지가 아까워서? 아니다. 사실은, 버튼 없이도 모든 기능들을 작동하게 휴대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굳이 과시하려는 몇 자본가들의 욕심에서 비롯 된 것일거다. 핸드폰 뿐만 아니다. 마우스는 안에있던 볼을 없애더니 스크롤 휠과 왼쪽오른쪽 버튼마저 없앴고, 화장실에는 눌러서 물을 내리는 레버를 없애고 버튼을 달더니 이제는 똥인지 오줌인지 자동으로 가려서 물내려주는 센서가 나왔다. 식당이나 마트는 카드를 내고 비밀번호를 누를 패드조차 필요도 없다. 출입문도 대체에 맞게 비밀번호 버튼을 없애는데 혈안이었다. 홍채를 인식하거나 지문을 인식하는데 그게 더 안전하고 간편하고 품격있어보이니까. 한때야 없어진게 특별했지만, 이렇게 죄다 버튼을 없애버리고 나니 오히려 버튼이 있는게 특별하기도 하다. 전자책은 아날로그 책의 감성을 살리겠다고 억지로 딸깍이 버튼을 좌우로 두개씩 달아놨다. 하긴 나도 그 아날로그적 버튼감성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포만감때문에 그 전자책을 샀었지. 아무튼 이렇게 버튼은 계속 없어졌고, 버튼은 희귀해져 점점 사람들은 버튼을 만지고 누르고 싶어한다. 아마 피자배달원도 그 희생자중 일부일 것이다. 충삼씨 집은 아직까지도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초인종이 매달려있는 매우 오래되었지만 그래서 희귀한 집이다. 무언가 물리적인 버튼을 딸깍딸깍 누르고 싶어서인지 초인종을 누르고 튀는 어린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그 마음이 뭔지 이해하니 맘좋은 선량한 시민 충삼씨는 그냥 웃어넘기는 한다.  

 뉴스를 보며 피자를 먹으니 충삼씨는 뭔가 찜찜하다. 저 바이러스가 이슈된지는 어언 일주일이 다 되어가고, 세계는 글로벌화 되어있다. 충삼씨는 지금 먹는 피자안에 있는 밀가루는 며칠걸려 지구반바퀴를 돌아 이 나라까지왔을것이고 보다 신선해야하는 버섯이나 양파, 토마토같은 채소는 그 바이러스가 특히나 많이 나왔다고 하는 그쪽 나라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이름모를 그 나라의 노동자가 바이러스 감염자이고 그 자가 지금 먹는 버섯 한조각을 가공했다면, 그 바이러스는 충삼씨 몸으로 곧장 들어온다는 말이다. 이미 한조각 먹어버렸지만 그렇기 때문에 허기도 채웠으니 일단 남겨놓기로 충삼씨는 결정한다.  


2. 

-거기괜찮아?  

-아직까지는 괜찮아. 그래도 사람들이 다 마스크쓰고 다들 조심해. 근데 서로말도 잘 안하려고해. 기침하는사람들 회사에서 재택근무하라고 한다? 그거 은근 노리고 기침하는 사람들 있는데 사람들 혐오 시선 한번에 받는거 자기가 봐야되는데. 

-심각하긴 한가보네. 여기는 아직 한산해. 그냥 평소처럼 제살길 살기 바빠서 뉴스안보면 잘 모르겠어. 

-다행인건가. 아무튼 다음주에 봐.  


3. 

-띵동 

-누구세요? 

충삼씨가 밖으로 나갔을 때는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참,, 애들이란…. 


삼십분 후 또다른 초인종 소리가 났다. 


-띵동 

-누구세요? 

-네 안녕하세요. 엘사 인터넷 서비스센터에서 나왔습니다. 잠깐만 문좀 열어주시겠습니까? 

(인터폰으로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문을 연다)  

- 무슨일이시죠? 

-아 진짜 초인종이 있네요…? 다름이아니라, 현재 초인종이 있는 집을 사물인터넷 제품으로 변경해드리는 서비스를 하고 있거든요, 현재 고객님께서는 아직까지 초인종 가지고 계신 손에 꼽는 가구인데, 정부 차원에서 지원금으로 무료교체 해드리고 있습니다. 이걸저희 인터넷 사용하고 계셔서 다른 할인혜택도 추가로 받으실 수 있는데 언제가 편하신지…? 

- 아 괜찮아요. 아직 쓸만하고 이걸로 삶이 좀 즐거워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저는 죄송하지만 관심이 없습니다.  


사실, 박애주의자인척 좀 했지만 충삼씨는 몇안되는 가구라는 점이 좀 맘에들었다. 그리고 그 버튼의 희귀함이 생각보다 생존하면서 꽤 필요한 덕목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충삼씨는 초인종을 없앨 마음이 전혀 없다.  



4. 

-공항에서? 

-응, 이유불문 아예 입국자체가 안된대. 지금 난리났어. 공항에 빠구당한사람만 반이상인가봐. 비상이야. 사람엄청많은데 식당도 손님을 검증된사람만 예약제로 받아. 

-아니. 도대체 그렇게 무작정 막기만하면어쩌자는거야 이게진짜 초가삼간다태우는격아니야. 자기 이번 미팅이 회사에서 이번년도 인사고과에 엄청 중요하다며. 어떡해?

-어쩔수 없지, 내가 뭐 국가차원으로 사업하러가는것도아니고,, 일단 회사에서는 국가재난차원에서 패널티는 없을거라니깐  

-아 이해가 안가네. 감염되지도 않은 사람들 구해줄 생각은 안하고, 자기들만 잘 살겠다고 다른 사람들은 아예 받아줄 가능성도 없어? 그까지거 몇천명 살겠다는것도아니고 비행기좀 타겠다는건데, 잘살만큼 잘살면서 그거하나 못하고 아예 차단을해버려?   

- 며칠 더 기다려봐야지. 못가서 미안해 ㅠㅠ 거기도 철벽 방어는 하고 있지만, 어쨌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몸 조심해. 여기서 입벌리고 말하는 것도 눈치보인다. 일단 끊을게.  


충삼씨는 짜증이 밀려왔다. 어느 잘살기로 유명한 그 나라들이 아예 나라의 길목을 막아버리는 그 배타적 행동들이., 바이러스는 결국 물리적 물질에 불과하니까 물리적 접촉이 없으면 결국 전염의 가능성은 아예 없어지니까 그냥 막아버린다는게 도대체 어느시대적 발상인지.. 사실 그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도, 아무일이 일어날지 말지는 결국 상황따라 사람따라 즉, 모든것은 케바케이다. 그러나 불안은 맹신을 만들어낸다. 저 사람들만 막으면, 이것만 안 먹으면, 이 사람만 따르면 안전지대에 있는 것이라는 믿음. 무작정 차단만하면 뭐가 달라지나? 멍청하고 고리타분한 바깥세상 돌아가는것에 진절머리가 난다.  



5. 

-띵동.  

-잠시만요,,,,, 누구세요? 


문을 열고 나가봤지만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다. 평화로운 주말에 간만에 이른 기상을 하고, 샤워 중에 급하게 가운을 걸치고 나왔던 터라 충삼씨는 짜증이 났다. 초인종을 없애야 할까. 도대체 애들인지 뭔지 부모들은 애들 가정교육을 안시키고 뭘하는건지. 이렇게 가난하게 사는 집이 무슨 애들 구경거리라도 되는 줄 아는건가. 한번만 더 뻥튀하면 씨씨티브이를 달아서 누군지 깜방에 처넣어버릴거라고 충삼씨는 생각했다. 


그리고 삼십분후,, 응답없는 초인종이 또 울렸다. 


충삼씨는 외출할 채비를 하고 비장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그는 초인종을 상대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왜 저사람들의 잠깐동안 행복을 위해서 내가 나의 평화로운 생활을 깨야해? 나는 나대로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데. 아무리 내가 다른 집을 살 돈이 없어서 이런 아직도 초인종 달린 집에 산다고해도 너희가 내 인생에 뭐 보태준 게 있는것도 아니고 아무나 누르면 억울하잖아? 앞으로는 검증된사람만 예약제로 받아야겠어. 아무도 내 집에는 내 허락도없이 초인종도 못 누르게 할거야. 


  만원 돈도 안하는 너무 저렴해져버린 지문 인식기와 홍채 인식 장비들을 연결하기 위해 충삼씨는 현관문에 구멍을 뚫고 온갖 나사를 풀고 조이고를 반복했다. 강철로 된 상자를 초인종 위에 덮어 씌우고, 이 강철박스의 내구성을 위해 못과 망치질을 한동안 했다. 그리고 그 박스의 한면에 지문과 홍채 인식 장비를 심었다. 이제부터는 지문과 홍채 인식을 통해서 충삼씨 집에 방문하기로 예정되 있는 사람을 식별 해 낼 것이고, 그 사람들에게만 이 철박스 문이 오픈될 것이고, 그 사람들만이 초인종을 누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초인종이라는 버튼이 아무 사람에게 의미 없이 눌려도 충삼씨의 삶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굳이 충삼씨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기분전환을 위해서 충삼씨의 평화로움이 깨질 필요는 없었다. 충삼씨는 본인집의 바뀐 시스템에 대해 아내에게 미주알 고주알 들어오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비록 아내가 언제 이 집 앞까지 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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