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는 외로운 사람들의 장례식이 열렸다 많은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곡소리가 사방에 있었다 누구는 불교 신자의 장례식이라고 했고 누구는 천주교 신자의 장례식이라고 했다 헷갈릴만했다 불경 소리도 찬송가 소리도 아닌 게 들려왔으므로
나는 관속에 있었다 시체요 인간이었으며 재가 될 것이었다 나를 표현할 때는 최대한 물건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더욱 외롭게 보일 수 있으므로
화장터에 오기 전에 가족과 작별 인사를 했다 다행히 내 마호가니 관은 열려 있었다 외로운 그는 그러지 못했다 가엾은 것
화장을 시작할 때 나는 눈을 부릅뜨고 내 발이 타는 것을 보았다 옆의 화장터에서 그가 울고 있었다 뜨거워요, 내 손발이 타고 있어요, 나는 그에게 원래 이곳은 그렇다고 늘 발을 태우는 곳이라고 말했으나 비명에 묻혀 그는 내 말을 듣지 못한다
나는 뿌려진다 그는 묻힌다 나는 바다로 갈 것이다 그는 산중턱 아래 묘비 밑에 있다 우리는 다시는 겹칠 일 없는 평행선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동등하다만 그의 비명은 아직도 나를 슬프게 만든다
어떤 것들: 이를테면 열리지 못한 관, 어느 종교의 것도 아닌 음악, 검게 옻칠을 한 관뚜껑 같은 것들이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돌아가리라
그도 언젠가 아무 소리 없이 존재하는 법을 깨달으리라
침묵은 죽음의 미덕이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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