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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Oct 06. 2024

재는 재로

옆에서는 외로운 사람들의 장례식이 열렸다 많은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곡소리가 사방에 있었다 누구는 불교 신자의 장례식이라고 했고 누구는 천주교 신자의 장례식이라고 했다 헷갈릴만했다 불경 소리도 찬송가 소리도 아닌 게 들려왔으므로

나는 관속에 있었다 시체요 인간이었으며 재가 될 것이었다 나를 표현할 때는 최대한 물건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더욱 외롭게 보일 수 있으므로

화장터에 오기 전에 가족과 작별 인사를 했다 다행히 내 마호가니 관은 열려 있었다 외로운 그는 그러지 못했다 가엾은 것

화장을 시작할 때 나는 눈을 부릅뜨고 내 발이 타는 것을 보았다 옆의 화장터에서 그가 울고 있었다 뜨거워요, 내 손발이 타고 있어요, 나는 그에게 원래 이곳은 그렇다고 늘 발을 태우는 곳이라고 말했으나 비명에 묻혀 그는 내 말을 듣지 못한다

나는 뿌려진다 그는 묻힌다 나는 바다로 갈 것이다 그는 산중턱 아래 묘비 밑에 있다 우리는 다시는 겹칠 일 없는 평행선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동등하다만 그의 비명은 아직도 나를 슬프게 만든다

어떤 것들: 이를테면 열리지 못한 관, 어느 종교의 것도 아닌 음악, 검게 옻칠을 한 관뚜껑 같은 것들이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돌아가리라
그도 언젠가 아무 소리 없이 존재하는 법을 깨달으리라
침묵은 죽음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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