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친 척 살고 있다
남편이 나를 속이고 도박을 하고
우리 자동차를 담보로 빚을 내서 돈을
도박으로 다 날렸다.
이런 병신 같은 대출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지긋지긋하다.
도박빚을 지금껏 갚고 있는 와중에 또 빚을
만들다니 미친 건가???
나는 그런 사람과 아직도 같이 살고 있다.
나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너무 싫어진다.
둘이 똑같으니까 같이 산다고 한다.
나는 정말 그런 말을 듣기 싫다.
소름 끼친다. 나는 다르다.
나는 도박 같은 거 안 한다.
나는 가정의 평화와 화합을 생각한다.
나는 다르다.
그래서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끊어내야만 한다.
사랑으로 감쌀 일이 아니다.
나라도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를 괴롭게 하고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낼 용기가 있다.
속이 속이 아니지만 매일 아침에 눈을 뜨고
미친 척 웃는다.
묻는 말에 대답도 잘하고 농담도 하고
괜찮은 척한다.
독서모임에 나가 사람들과 즐겁게 책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를 나눈다.
일하러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집중한다.
밥도 맛있게 잘 먹는다. 잠도 꽤 잘 잔다.
심리상담에 가면 괴로워 죽겠다고 울고불고
불안하다고 미치겠다고 난리 친다.
진짜 나는 누구일까???
진짜 내 감정은 뭘까???
내가 늘 원하는 것은 그냥 좀 편안하고 싶다.
별일도 없고 재미도 없는 그냥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그냥 밍밍하고 잔잔한
좋지도 싫지도 아무것도 아닌
그냥 아무것도 아닌.
무가 되고 싶다.
없어지고 싶다.
다음 생에는 절대 안 태어난다.
진짜 아무도 나 낳지 마라!!!
나는 무다.
없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