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뱀파이어, 여기 있었군요!

명절 증후군 2

by 햇살정아

행복할 것만 같은 결혼 후 험난한 시월드에 입성을 하면서 우리 일상 속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며느라기'

시댁 식구들에게 이쁨을 받고 싶은 시기라는 의미로 '며느라+기' 합쳐진 말이다.



결혼 전부터 시댁 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 한가득으로 담아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로 '어머니~어머니~'하며 며느라기의 시절이 있었기에 많이 공감하며 드라마를 보았다.




'소와 사자의 사랑이야기'처럼 나에게도 현타가 왔다.


우리가 바라보는 이상향은 참 많이 달랐다.

생활방식, 생각, 환경 하물며 음식까지 모두가 나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의 부모라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불편함을 참아내야 했고, 적응해야 했다.

아이가 꼬물꼬물 한 아기였을 때도 명절 때마다 10시간을 꼬박 차 안에서 버텨가며 참고 내려가야만 했다.

시댁에서 음식을 먹고 한 번도 무탈하게 넘어간 적이 없다.

힘든 마음이 더해졌는지 항상 속이 체했고 배가 끊어질도록 아픈 급성 장염도 몇 번이나 걸렸다. 명절 때 문 여는 약국이 없어서 약국 찾아 삼만리로 약을 사러 나서야 했고, 약을 먹어도 가라앉지 않을 때는 응급실 병원 주차장에서 언제고 응급실의 차디찬 기운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시부모님 걱정 끼치는 것 같아 내색 한번 안 했고 신랑에게도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먹는 것, 자는 것, 화장실 가는 것마저도 힘들었지만 그렇게 10여 년을 참아왔다.


시골 어르신이니깐 그럴 수 있지.

내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이니깐.


하지만 점점 이런 마음들이 희미해진다.

내 몸이 점점 버티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글에서 본 내용이 생각난다.

시어머니의 전화에 대한 부담감을 부채처럼 안고 있다는 것!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나는 전화 좀 자주 하라는 어머님의 요구를 매번 받는다.

'네'라고 대답하지만
어머님의 강요만큼 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인다.

마음은 무거워지고 행동은 옮겨지지 않는다.


도리란 것이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경계일까?

하면 할수록 더 잘해야 되고,

안 하던 사람이 어쩌다 한번 잘하면 아주 잘하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현실의 삶에서


어느 쪽에 내가 서있어야 될지 모르겠다.




지난 신정 때

시골에서 시부모님이 올라오셨고 나는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을 기울였다.


남편은 나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던지 구정 때는 본인 혼자만 내려간다고 했다.

정말 고마웠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운영하는 귀향버스를 무료로 타고 내려간다고 하니

경제적인 비용도 내 마음도 모두가 풍성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철석같이 믿고 마음을 내려놓고 있던 찰나

갑자기 다시 같이 가자고 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다행이지~

2박 3일동안 무언가 화난 사람처럼, 뚱한 사람처럼,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침묵으로 나와 담을 쌓았다.

온갖 상상을 다하게 만든 뒤, 벌을 주는 사람처럼 나에게 툭 던진다.


"생각 바꾸는 거 어때? 이번에 내려가면 우리 매끼마다 나가서 밥 먹자!"


멘탈 뱀파이어,

말로만 듣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 옆에 있었구나.

기운을 쏙 빼먹는 사람이 내 옆의 짝꿍이었다니...


그렇게 나는 기가 빨리고 내 귀는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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