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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May 28. 2020

가을편지

23살 가을, 가을날의 답답한 마음

빨갛고 노랗게 물드는 잎사귀가

동네 여기저기를 빼곡히 채우더니

제 명줄을 끊고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매일 이 시간, 해가 뉘엿뉘엿할 때 즈음

소복한 낙엽 더미에서 한 장을 줍습니다


그곳엔 무언가 빼곡히 적혀있는데

얼마나 고쳐 썼는지 누렇게 떼가 타 있고 

어찌나 꾹꾹 눌러 적었는지 자글자글 합니다 


워낙 악필인지라 읽을 수는 없지만

한참을 보고 있자니 대강 알 것만 같습니다


쯧, 마른 혀를 한번 차고 깊은숨을 마셨다가

속에서부터 왈칵 쏟아 뱉습니다


그렇게 매일 한 장을 집으로 가져옵니다

서랍장 속 종이 사이에 끼워 넣습니다


밖에 그냥 내버려 두면 바람에 날리고

여기저기 부딪혀 바스라져버릴 테니까요

나라도 고이고이 담아두어야겠습니다


받는 이 없는 편지 한 장.



설레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

그런들 뭐하나 알아 줄리가 없는 걸

아니, 오히려 부담스러워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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