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가을, 가을날의 답답한 마음
빨갛고 노랗게 물드는 잎사귀가
동네 여기저기를 빼곡히 채우더니
제 명줄을 끊고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매일 이 시간, 해가 뉘엿뉘엿할 때 즈음
소복한 낙엽 더미에서 한 장을 줍습니다
그곳엔 무언가 빼곡히 적혀있는데
얼마나 고쳐 썼는지 누렇게 떼가 타 있고
어찌나 꾹꾹 눌러 적었는지 자글자글 합니다
워낙 악필인지라 읽을 수는 없지만
한참을 보고 있자니 대강 알 것만 같습니다
쯧, 마른 혀를 한번 차고 깊은숨을 마셨다가
속에서부터 왈칵 쏟아 뱉습니다
그렇게 매일 한 장을 집으로 가져옵니다
서랍장 속 종이 사이에 끼워 넣습니다
밖에 그냥 내버려 두면 바람에 날리고
여기저기 부딪혀 바스라져버릴 테니까요
나라도 고이고이 담아두어야겠습니다
받는 이 없는 편지 한 장.
설레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
그런들 뭐하나 알아 줄리가 없는 걸
아니, 오히려 부담스러워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