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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Jul 11. 2020

아이의 장난감

24살 가울,  이별 후 서너달 지나

숫자 적힌 꼬리표를 끊어내고

사랑받는 아이의 품에 안겼다.     

악의 없는 욕심에 속내 없이 안겼다.


가녀린 손짓은 손때를 남기며

구석구석을 깊숙이 들추었다.

그 사랑에 의심은 없었다.      

 

허나, 


아이의 관심은 오래지 않았다.

간질한 살갗을 남기운 체 

손길과 눈길은 떠나갔다.

못다 한 욕심만을 남겨 두고서     


무엇이었을까     

유희에 스친 장난이었을까

기억에 남을 추억이었을까


이를 묻기엔 이미 아이는 없다.     


벽장 한켠 구석에 남아

뽀얗게 흐리게 먼지가 쌓여간다.



그녀가 내민 손은 부드러웠고 다가온 입술은 뜨거웠다. 

그녀의 손짓이, 숨결이 사랑이라 믿었다. 


서툴렀던 연애는 그렇게 의심할새 없이 빠르게 지나갔고, 

끝에 남은 기억라곤 지그시 감은 그녀의 눈두덩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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