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처럼
온몸으로 살아가는 아기, 오롯이 자신에 집중해 있다.
아기처럼만 살면 세상에 못해 낼 일이 없을 것 같다.
뒤집기를 시도하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속상한지 찡찡대며 운다.
그 울음이 짠하고 감동스럽다.
쉬었다 다시 시도를 하고 있다. 저러다 한두 주 뒤에 뒤집겠다 싶다.
우리네 삶도 끊임없는 시도 속에 있는 거구나 싶다.
계획한 일이 잘 안 되자 자신감이 바닥을 쳐 주저앉아 있었다.
삶이 거대한 바위돌처럼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아 숨이 막힌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세상이 무서워진다.
어딘가에 소속되지도 못하고 남들처럼 흘러가지도 못하는 삶이다.
남과 다른 삶이기를 바랐는데 남과 다른 무언가를 내놓을 만한 것도 없다.
삶을 잃어버린 부랑자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주저앉고만 싶다.
혼자라는 것이 너무 버겁다.
뒤집기 하다 지치면 쉬고 다시 하면 될 것을.
한 번에 성공하고픈 욕심에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아기의 지혜와 용기에 감동하고 있다.
주섬주섬 노트북과 노트와 필기구와 책들을 챙겨 집을 나선다.
이 나이에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 져 시도했다.
이 나이 탓을 하며 절망했다.
이 나이에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 기특하다.
혼자이지만 자신에 집중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아기
뒤집기 하면 기어가기를 할 것이고 그리고 일어서기 그리고 걷기, 뛰기를 하겠지.
나도 나의 계획에 집중해서 뛰기부터 하지 말고 뒤집기부터 하자.
괜히 나이 탓 혼자 탓 세상 탓하지 말고 집중하자.
에베레스트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에 리프트를 타려는 욕망이다.
한 사람의 전기를 읽고 나면 그 사람이 고군분투한 일상은 보이지 않고 책 속에서 나열한 그 사람에 대한 훌륭한 성과물들만 보인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한발 한발 나아가는 과정이다.
관 뚜껑 닫아야 삶은 끝나는 것이다.
그 뒤는 죽은 이에게 아무 상관없고 알 수도 없다.
오늘 하루 아기처럼 온몸으로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