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코감기로 한 이삼일을 앓았다.
나이 들어 살 빠지는 것이 싫어서 열심히 먹었다.
아프면서 살찐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몇 백 그램이라 별 차이가 없지만 살이 빠지지 않고 오히려 조금 쪄서 신기하다.
체중계에 나타난 숫자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근육 손실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원하면 되는구나 싶은 것이 왜 이것만 되냐 하는 허탈감이 생긴다.
진짜 하고 싶은 것은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인데 왜 눈에 띄게 성과가 보이지 않는지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지 싶다.
어쨌든 마음먹은 것이 하나라도 이루어졌으니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을 다잡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 것 맞나 싶다.
차라리 먹는 게 쉽지 책상 앞에 앉아서 버티는 게 쉽지 않다.
버티다 보면 뭐라도 건지지 않을까 싶다.
버티고 있지 않으면 아예 가능성마저 없게 된다.
버티는 게 장땡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