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 사랑

by 오순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고 부서졌다 다시 밀려온다. 뭍을 향한 사랑인지 간절함인지 멈추지 못한다. 끝내는 물보라로 부서지고 마는 파도는 뭍에 닿지 못한다. 지인의 숙소에 1박으로 합류했다. 잠이 오지 않아 밤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낮과는 다른 풍경이다.


어둠이 바다를 칠흑빛으로 어둡게 만들고 파도는 더 무섭게 밀려왔다 부서진다. 파도의 끈질긴 시도에 눈을 떼지 못한다. 바람의 힘을 빌려 힘차게 나가보지만 뭍은 묵묵부답이다. 짝사랑이다. 사랑받는 자보다 사랑하는 자가 더 아프다. 파도는 아마도 뭍 사랑인가 보다.


바람이 없는 한낮에 보니 파도가 없다. 바다에 파도가 없으면 바다는 그저 육지의 연장선 같다. 나의 이 갈망과 방황과 고뇌도 파도의 뭍 사랑처럼 어딘가를 향해 허망하게 갈구하는 욕망은 아닐까.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궁극적인 삶에 대한 욕구는 바닷가의 파도 같다.


현실에 얽매여 붙잡혀 있는 죄수처럼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목적지가 막연하니 구체적 계획도 없고 실행력도 없이 고뇌만 깊어간다. 자유가 그렇게 어려운가. 내 시간을 갖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인가. 마음이 아프니 마음만 살피다 몸이 아픈지 몰랐다. 몸은 그저 마음을 지켜줄 버팀목일 뿐이었다. 그런데 몸이 아프니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몸이 진짜 나였을까. 그럼 여태 보살핀 마음은 내가 아니란 말인가. 마음은 몸을 향한 파도였을까.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이 그리 힘든 줄 몰랐다. 나를 바라보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인지 이제야 알았다. 알고 나니 쉬워진다. 그저 바라보고 긍정하면 즐거워지더라. 삶은 뭍 사랑이다. 삶은 멈출 수 없는 짝사랑이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한밤중에 잠들지 못하고 바닷가를 서성대는 여행객처럼 파도는 잠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 성난 것처럼 으르렁댄다. 기필코 닿고야 말겠다는 듯이 거침이 없다. 언뜻 보기에 파도가 실패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뭍에 다가와 바다와 합류하게 만들고 있다.


비록 후퇴하고 있는 것 같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은 삶도 결국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은 원하는 대로 방향을 틀어서라도 자신의 삶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잠을 자고도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하소연하는 불면증 환자처럼 마음이 몸을 속이고 있다. 삶이 엉망이라고 속이는 것이다. 파도의 거침없는 도전처럼 삶의 과정은 위대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때론 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