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만 보시게

꽃향기

by 오순
빨간단풍열매.jpg


사방팔방에 발길 닿는 곳마다 꽃이요 단풍이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국내로 해외로 나다닐 가을이다.

해마다 보는 단풍이고 꽃이지만 해마다 남다르다.

작년에 보았던 꽃은 이미 잊어버리고 지금의 너를 새롭게 맞이한다.

사고팔기 위해 정렬된 꽃이 아닌 공원 구석진 곳에서 수풀과 어우러져 피어 있던 작은 들국화이다.

산책하며 무심히 지나쳐 갔는데 오늘은 유독 눈에 띄어 가까이 가 보았다.

평소 하던 대로 코를 가까이 들이대니 아무 냄새도 맡을 수가 없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여 향기를 맡을 수 없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살짝 마스크를 내리고 냄새를 맡으니 진한 너의 향기가 가슴 깊이 쑤욱 들어왔다.

이것이구나. 가을의 향기가.

그동안 마스크 쓰고 눈으로만 보았던 꽃들이나 단풍들이 그냥 그림이었구나.

재빨리 내렸던 마스크를 다시 쓰고 너를 보며 망설였다.

잠깐 맡았던 향기를 잊을 수 없어 돌아서기가 아쉬웠다.

수많은 꽃들 중에 수풀 밑에서 겨우 고개를 내민 작은 꽃송이를 꺾어 주머니에 넣어 왔다.

식탁 위에 올려놓고 보니 정말 앙증맞고 향기로웠다.

집안에서는 마스크를 하지 않으니 아무 때나 마음껏 꽃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마음 놓고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보기 아까워 여기저기에 사진을 찍어 보냈다.

모두들 예쁘다 하니 내가 키운 내 새끼마냥 흡족하다.

주워온 단풍잎들도 곁에서 즐겨 어우러진다.

고양이도 좋은가 보다.

코를 가까이 들이대더니 향이 진한지 물러난다.

조금 뒤에 보니 노란 꽃잎이 떨어져 있다.

고양이 녀석 향기 때문에 건들지 않을 줄 알고 안심했는데 호기심을 못 이기고 결국 꽃잎 하나를 떨어트렸네.

나름대로의 감상법인지 몰라도 안타까워 한마디 했다.

'눈으로만 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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