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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Dec 19. 2021

144. 저 시간 속에 무엇을 담을까?


어제 주말에 반가운 손님이 신축한 연구소 공명재를 찾았다.

남편과 노량진 고시원에서 만나 막역하게 지내는 동생이다.

그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처음에는 여름 휴가 때로 연구소가

완전하게 모양새가 갖춰지지 않았을 때 가족과 함께 들렀다.

두 번째는 추석 연휴 때 마당에 돌을 깔고

잔디를 심을 때 와서 힘을 보탰다.


2주 전 개원식 때 오겠다는 것을

코로나 19 방역수칙으로 식사 인원이 제한적이라

나중에 방문해 달라고 한 것이 어제였다.

원래 가족을 동반해서 오기로 했는데,

코로나 19 상황이 다시 엄중하게 되어

방역수칙이 사적 모임 4명으로 인원이 줄어들게 되어

연구소에 있을 인원을 고려해서 혼자서 왔다.


그는 진즉부터 사 둔 벽시계를 들고 왔다.

자상한 성품답게 손수 달아줄 요량으로 공구까지 챙겨왔다.

남편과 둘이서 가장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장소에 시계를 달았다.

현관에서 들어와 눈길이 머물고,

책도 읽고 차를 마시며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시계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 시간 속에 무엇을 담을까?”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연구소를 자연 속에 지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산과 석양을 바라보며,

읽고 싶은 책 실컷 읽으면서,

내가 경험한 것, 내가 품은 생각들을

하나하나 글로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거기에 번잡하지 않게 1주일 한두 번 정도

아동과 인간발달을 주제로 부모교육, 교사교육,

상담, 심리치료 워크숍,

글쓰기 관련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여울 작가는 심리학 공부를 해서

건강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면 아이’ 치유를 얘기한다.

‘내면 아이’란 내 속에 있는 어린 시절의 나를 말한다.


예를 들면,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늘 아버지에게 혼나면서 자란 사람은

내 속에 주눅 든 어린 시절의 내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속에 있는 그 어린아이를 위로해 주고, 사랑해 주어

그 아이가 편안하고, 행복해야

어른인 내가 잘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상담을 한 내담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자녀를 학대한 부모는

그 자신이 어린 시절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내 속에 있는

내면 아이가 자녀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상대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존 가트맨, 최성애 박사 등은

내면 아이를 ‘초감정’이라 한다.

‘초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1) 혼자 조용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2) 그때 어땠는지,

3) 상대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았을지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런 후 그때 떠오르는 생각으로 자녀를 대하라고 전한다.

또 화가 날 때는 10에서 30초 정도 심장 호흡을 권한다.


정 작가가 최근 내놓은 <끝까지 쓰는 용기>를 읽었다.

거기서 그는 행복한 독서를 90%,

글쓰기를 10% 한단다.

의외였다. 작가라서 거꾸로

글쓰기를 90%, 독서를 10% 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실컷 책 읽고 싶다는 생각과 같구나’,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역시 읽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새로 받은 벽시계의 시간 속에는

읽고, 쓰고, 교육·상담하는 시간으로 주로 채워질 터이다.

비율은 아마도 이 셋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생각, 운동,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기본적으로 들어갈 테고.


“글을 짓고 벗을 사귀는 일이 인생 최고의 경지이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말씀도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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