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했더라면, 몇 개 가정과 90%에 속한 사연

by 최순자

~했더라면, 몇 개의 가정과 90%에 속한 사연


“아.... 잠깐만....”


2월 5일 토요일 오후 4시경에 동네 뒷산으로 산책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구르는 돌을 잘못 밟았다. 낙엽 속으로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같이 걷던 남편이 일으켜 세우려 했으나 왼쪽 발목이 아파서 일어설 수 없었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간신히 일어서서 천천히 걸었다.


비탈진 길에서는 남편이 업어준다고 했으나 같이 넘어지면 안 될 것 같아 혼자서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옮겨서 내려왔다. 평지에서 남편이 업어주었으나, 내가 무안해서 잠깐 업혔다가 내렸다. 큰길에서 집까지 거리는 5분 정도 남았으나, 계속 걸으면 무리가 될 것 같았다. 남편에게 먼저 집으로 가서 자동차를 가져오기를 부탁했다.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동차를 타고 돌아왔다.


먼저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냉찜질을 했다. 남편은 약국에 가서 파스와 발을 고정할 수 있는 보호대를 사 왔다. 다음날도 일요일이라 병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파스 위에 냉찜질했다. 발목 안과 밖 양쪽에 통증이 꽤 심했고 주변은 부어 있었다. 월요일 일찍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복숭아뼈에 금이 갔다. 40대로 보이는 젊은 의사는 수술해야 한단다. 인대 부분도 정밀 검사를 했다. 다행히 인대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입원 후 다음 날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 4일 있다가 퇴원해서 집에서 약을 먹으며 냉찜질을 하고 있다. 아직 발이 부어 있어 기부스를 못했다. 며칠 후에 다시 상태를 보고하기로 했다. 이동은 병원에서 조치해 준 목발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목발을 짚고 이동이 힘들었으나 지금은 익숙해졌다. 발의 위치를 심장보다 높게 있어야 한단다. 그러나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비대면 강의 시에는 지키기 어렵다. 다친 발을 책상 아래에 의자를 놓고 그 위에 얹어 놓고 있다. 뼈가 제 자리에 붙기까지는 두 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발을 다치고 나서 몇 개의 가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산책을 다른 날처럼 점심 식사 후 2시경에 나갔더라면, 처음 가자고 했던 3시에 나갔더라면, 산책 종착지를 산 정상까지만 했더라면(반대편 아래까지 갔다 옴), 남편이 내가 재미없다고 드라마 얘기를 그만하라고 할 때 그만두고 웃지 않았더라면(같이 얼굴을 보고 웃다가 넘어짐), 아니면 그날 바람이 몹시 불었다. 그래서 산책하러 나가지 않았더라면,... 등이다.


누구를 탓하는 것은 아니고, 이 모든 것은 가정이다. 어렸을 때 발목을 다친 적이 있다. 그때는 아버지가 오리 길을 업고 가서 뼈만 맞추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평지를 걷다가도 종종 삐끗했다. 2011년 여름방학 때 영국 버밍햄에 한 달 정도 홈스테이를 하며 머문 적이 있다. 종교 생활을 하던 어느 부부가 내가 머문 곳을 방문했다. 그때 나에게 발목이 아프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번 기회에 정밀 검사한 결과, 큰 문제가 없음을 알게 되어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가 나에게 발목을 조심하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이번에 다친 것은 예정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정도인 것이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매사 조심할 일만 남았다. 수술한 의사에게 60여 년 살아오면서 처음 입원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미세수술이 전공인 그는 “90% 사람들이 한 번 정도는 다쳐요. 이제 그 나이에 접어든 거예요.”라고 한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은 10%의 행운이 있길 바란다. 나는 발목 부상을 “돌아다니지 말고 엉덩이 붙이고 집필활동에 전념해라.” “몸무게를 더 가볍게 하라.” “홀로 고독하게 정진하라.”라는 의미 부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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