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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Sep 29. 2023

추석날 새벽 가을꽃과 가을빛을 보며

추석날 새벽 가을꽃과 가을빛을 보며


추석날까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내가 사는 지자체에서 최초로 만들고 있는 생애구술사(인생 따라 흐르는 인생 이야기- 신교동마을 한권의 사람책) 최종 편집이다.

이 일을 위해 미리 인사할 곳은 다녀왔다.


가장 덥게 느껴지던 올여름 한철을 내가 사는 마을 어르신 열두 분을 대상으로 인터뷰하고 쓰고 엮었다. 편집자와 디자이너를 거친 원고 재확인 작업이었다. 다행히 추석 전날까지 마무리해서 보냈다. 덕분에 홀가분하게 추석을 맞이했다.


새벽에 일어나 서재로 건너왔다. 언젠가부터 잠자리에 들 때는 휴대전화를 서재에 놓고 간다. 전화를 확인해 보니 문자로 전날 늦게 사진을 보낸 사람이 있었다. 10월 말에 늦결혼하는 사람이다. 그날 내가 주최하는 행사와 겹쳐 참석이 어렵다고 했더니, 식장에서 보여줄 사진이라며 보내왔다.


밖에 나가 가을꽃을 찍어 선물로 보내줬다. 이른 시간인데, “아우, 너무 멋지네요.”라고 바로 답장이 왔다.


내가 먼저 눈이 간 꽃은 학당(공명재) 주변에 심은 구절초였다. 지난해 봄에 나는 모종을 옮기고 남편은 비스듬한 공간에 위태롭게 선 채로 힘들게 심었다. 가물었던 시기라 물 주는 공도 여러 차례 들였다. 지난해에도 꽃을 피웠으나 올해 더욱 눈에 띈다.


다음으로 눈이 간 꽃은 칠자화이다. 소나무를 산 곳의 정원사가 권장해서 심은 나무다. 행운의 꽃이고 중국에서는 보호수, 미국에서는 우수 정원수라 한다. 그런 얘기를 들어서인지 그 나무와 꽃을 보면 왠지 공손해지는 마음이 생긴다.


또 정원사가 “단풍은 화살나무를 이길 것이 없지요.”라고 했던 화살나무가 곱게 물들기 시작한다. 텃밭에 심은 고구마와 넉넉한 품을 키워가는 배추도 눈이 간다.


지난 7(2023미국에서 248년 만에 여성 참모총장 프란체티가 임명됐다그는 성공이란 임종 직전 '이 세 가지는 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것들일 뿐이다.”라고 했다(유리 천장 깨부순 두 여성··· "남은 한계 하늘뿐이길"/ 최훈 주필중앙일보 2023년 8월 7).


그가 말한 세 가지를 생각해 본다30여 년 강단에서 ‘교육’으로 많은 씨를 뿌렸다. 이제 그동안의 경험을 ‘집필’로 고구마 줄기를 잡고 수확하듯 엮어내고자 한다. 또 ‘나눔’으로 익어가는 인생이고자 한다.


가을은 익어가는 계절이요, 수확의 계절이다. 인생의 가을에 와 있는 나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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