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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Oct 18. 2023

마을 어르신 열두 분의 생애구술사를 엮고 나서


최순자(2023). 마을 어르신 열두 분의 생애구술사를 엮고 나서. 2023. 10. 18.     


<세월 따라 흐르는 인생 이야기- 신교동 마을 한 권의 사람책> ‘감사의 글’ 수정   


       

“올해처럼 더운 해는 처음이다.” 지구 열대화로 해가 갈수록 기온은 올라가겠지만, 2023년 여름을 보내며 드는 생각이었다. 이 더위 속에서 살아온 삶을 더듬어 보고 앞으로 살아갈 삶을 그려본 분들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들이다.    

   

지난 7월 중순, 포천 도서관 관계자로부터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권의 사람책> 프로그램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여생은 “글을 짓고 벗을 사귀는 일이 인생 최고의 경지이다.”라고 한 연암 박지원 선생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참가자 모집이 관건이었다. 다행히 내가 자연 속에 살고자 들어 온, 포천 관인 신교동마을 친목 모임인 ‘이웃삼촌’ 회원을 중심으로, 60세 이상 12명이 함께 하기로 했다. 출판 일정을 고려해 도서관에서도 시범 사업으로 마을 단위 추진을 승인했다.      


설명회를 시작하여, 한 분씩 3~5회 정도 만나 인터뷰를 통해 각자 살아 온 삶에 대한 기억의 재생을 돕거나 글쓰기 조언을 했다. 참가자 상황에 따라 써 온 글을 수정하거나, 인터뷰를 정리해 드리며 글을 완성해 갔다. 원고 제출 1주일을 앞두고는 한 분 한 분에게 최종 원고 검토까지 마무리했다.   

   

프로그램 진행자로 가장 염두 한 것은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생략)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정현종, ‘방문객’ 중)”라는 자세였다. 한 분 한 분의 살아온 삶에 의미 부여하며, 그 삶이 잘 드러나도록 하고자 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산문 형식의 글만이 아니라, 가슴에 품은 대상에게 편지를 쓰게도 했다. 덕분에 읽는 이로 하여금 울컥울컥하게 하는 글들이 나왔다.     

 

또 사회적으로는 개인의 삶이 역사임을 알게 하는 내용도 많았다. 도서관 관계자가 "이번 프로그램이 다음 세대에게는 어르신들의 삶을 공감·이해하고, 귀감이 되는 점은 향유·전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는데, 이에 부응할 수 있었다고 본다.   

   

참가 어르신들의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그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한 일을 표현했다.” “숙제를 다 한 느낌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글을 써 봤다.” “글을 처음 써 봤는데, 글쓰기 재미를 알았다.” 등의 말씀은 보람을 갖게 했다.      


책을 쓰는 일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인문 도시가 있을까 싶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좀 더 나은 나로 살아가면서, 이웃을 배려하고 사람이 살아갈 무늬를 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할 수 있을까?” 하며 망설이기도 했으나 함께해 주신 참가자에게 감사드린다. 14일에 있었던 나남수목원 출판기념회도 너무 감동적이라는 평가였다.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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