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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Dec 03. 2023

영화 ‘서울의 봄’은 지치지 말고 내 길을 가게 하다

최순자(2023). 영화 ‘서울의 봄’은 지치지 말고 내 길을 가야 할 이유를 찾게 하다.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12. 1.     

* 사진 출처: 제작사, jtbs 영화 안내    

       

“영화를 봤는데 울분이 삭히지 않네요.”     


총각무를 준 이웃의 성향을 조금은 알기에 답례로 ‘서울의 봄’을 보여드리려고 연락했더니 보내온 문자이다. 또 다른 지인은 추천한다면 문자를 보내왔다. 12월 첫날 가족과 봤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 1천만 관객이 봤으면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흥행이 예감되어서 다행이다. 필수였던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었다고 한다. 자녀가 있는 부모는 현대사 이해를 위해서 온 가족이 같이 보고 얘기를 나눴으면 한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9시간 펼쳐진 이야기다. 육사 11기를 중심으로 한 군대 내 사조직 ‘하나회’가 꾸민 쿠데타에 상상력을 더해 스토리텔링 한 르포 영화이다. 보는 사람마다 감상 관점이 다르리라. 진압군과 반란군의 구도로 보는 이, 몇 번 기회를 놓친 무능한 지도자들과 사익에 눈먼 자들에게 분노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또 저항했던 의로운 이들에게 무게를 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감독은 잠깐 승리에 취한 역사의 패배자, 탐욕스러운 인간 군상, 떳떳하지 못한 자의 웃음 등을 그리고자 했다며, 문고리 같은 역할을 할 수 영화 이기를 바랬다. 실제 인물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주인공 이태신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은 “내 얼굴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라고 했다.      


영화 속 탐욕스러운 인간의 상징 전두광은 내가 역사학을 공부하고 나서 다시 인간발달을 공부하게 한 장본인이다. 나는 신군부가 정권을 잡은 5, 6공화국을 거쳐 역사학도로 대학 생활을 했다. 엄혹한 시기를 체험하며, “저 지도자들도 자기 생각이 옳다고 하는 행동일 텐데, 저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가 화두였다. 대학 졸업 후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품고, 유학 생활을 포함 긴 세월 동안 인간발달을 공부했다.     

 

이를 통해 발달 초기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사랑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전문적으로는 ‘애착 형성’이라 한다. 졸저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추천사를 써준, 정신의학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도 많은 이들 상담 결과 “3세까지의 양육이 평생 간다.”라고 했다. 또 인간발달 공부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이 형성되는 청소년기가 다음으로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인간발달 관점에서 전두광은 어린 시기와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알고 싶었다. 이 시기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았다. 1931년에 경남 합천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에게서 6남 5녀 중 네 번째로 태어났고, 그가 5세 때 대구로 이사 갔다는 기록이 있었다. 조금 특이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그의 어머니가 자기 앞니가 아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얘기를 듣고 쇠집게로 생니 3개를 뺐다는 내용이 있었다. 청소년 시기는 축구를 좋아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제법 주먹도 썼던 것 같다.     

 

이 기록을 통해 추측해 본다. 그의 어머니는 나름의 자식 사랑 방법으로 아들에게 거는 기대가 컸을 것 같다. 실제 그랬다는 기록도 있다. 그는 그런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으리라 본다. 그 인정 욕구는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도 확장되었을 테고, 이후 환경은 탐욕스러운 권력욕을 지향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 해석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나에게 ‘서울의 봄’은 한 사람의 잘못된 탐욕이 가져다준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했는지를 일깨운다. 봄을 맞이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채 아물지 않은 희생을 치렀다. 그 봄은 늦게 찾아왔지만, 아직도 완연한 봄은 아니다.      


인간발달 관점에서 슬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을 통한 사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어린 시기는 사랑받고 따뜻한 환경에서 자라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 시기는 좋은 가치를 품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공부만 우선하고 경쟁하게 하는 사회는 또 다른 탐욕스러운 인간을 키운다. 한편 성인들은 상담을 통해 어린 시기(내면 아이) 상처가 있다면 풀어줘 담담하게 해야 한다. 국민건강을 위해 2년에 한 번 건강 검진을 받게 하듯이 정신 건강도 살피게 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른들의 상처는 이후 세대에 대물림 되기 때문이다.      


감독은 19세 고3 때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 연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20여 분의 총소리를 들었다. 그 기억이 늘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터에 2019년 제작사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았다. 영국의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했다. 44년 전의 역사가 현재도 조명하게 한다. 군인이 군인다웠을 때 숭고함으로 다가온다. ‘서울의 봄’은 내가 천착해서 걸어 온 길을 지치지 말고 묵묵히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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