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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Dec 17. 2023

추운 날 강의와 열차 안내 방송을 들으며

최순자(2023). 추운 날 강의와 열차 안내 방송을 들으며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12. 16.



올겨울은 그리 춥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주말에 많은 눈까지 내렸다서울에서 아침 9시부터 있을 강의를 위해 서둘렀다눈이 내릴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밖에 세워 둔 차 위에 꽤 많은 양의 눈이 쌓여 있었다나는 차 위의 눈을 쓸어내리고 남편은 길 위의 눈을 치운 후 차를 역까지 바래다주었다.


경원선(1호선)이 착공 9년 만에 소요산역에서 연천까지 연장 개통한 날이기도 했다서울 가는 날은 중간에 차를 세워두고 열차를 주로 이용한다거주지에서 이전에 이용하던 소요산역보다 10분 정도 단축된(실제 소요 시간은 비슷전곡역을 이용해 보려고 했다그런데 시간이 맞지 않아 할 수 없이 소요산역으로 갔다. 7시 40분에 전철을 타고 강의장에 도착하니 시작 5분 전이었다.


40여 명을 대상으로 네 시간 동안 보육실습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6주간 실습에서 배웠던 던 점 중 모두와 공유하고 싶은 사례 하나특별히 기억나는 아이의 행동과 파악한 만큼의 양육환경현장과 정책의 개선점을 발표하게 했다발표 중 많이 나온 얘기 중 인상적이었거나 많이 나온 얘기는 화낼 상황임에도 감정조절을 잘하며 화내지 않은 교사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손을 빨고 다른 아이들에게 손을 대는 아이부모들이 원하기 때문에 교사가 아이들 사진찍기에 바쁜데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오후 1시에 강의를 마치고 날씨가 추워 점심 먹을 생각이 나지 않아 바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마침 전철이 들어오고 있었다다행히 당일 개통한 연천행이었다자리에 앉았는데 맞은편에는 아이 둘과 아빠가 앉아 있었다아빠는 자상하게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아이가 큰 소리를 말하면 소곤소곤 작은 소리로 말하게 했다.


중간에 역에서 전철이 잠시 서면서 신호 대기 관계로 잠시 정차하겠습니다승객 여러분께서는 열차 안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안내 방송을 했다그러자 맞은편에 앉아 있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전곡역에서 같이 내리면서 4학년임을 확인딸아이가 정차가 무슨 뜻이야?”라고 아빠에게 묻는다아이의 아빠는 전철이 잠시 서 있겠다는 뜻이야전철이 같은 방향으로만 가는 게 아니고맞은 편에서도 오기 때문에 그 전철이 지나갈 때까지 잠시 서 있는 거야.”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정차라는 한자 대신 우리말 서다라는 말을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경우는 우리 생활 속에서도 많이 있다나 역시 이처럼 한자 표현의 단어를 사용하여 글을 쓰거나 말하는 경우도 많을 테다. ‘가능하면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 전철 안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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