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山 최순자(2024). 적정한 사랑과 공감.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8. 2.
텃밭에 부추, 대파와 같이 한 번 심으면 쭉 가는 야채 외에 4월 중순에 심은 게 상추, 쑥갓, 고추, 가지, 토마토, 땅콩, 수박, 오이, 토란, 참외였다. 양은 조금씩 심는다. 이 중 제일 먼저 수확해서 먹은 게 상추, 쑥갓이다. 토란은 싹이 나오지 않아 ‘잘못됐나’ 했다. 올해 처음 실어 본 참외, 수박은 열매가 열리지 않아 걱정했다. 7월 중순이 되어서야 토란 싹이 나오고 과일은 열매가 열려 지금 한창 익어가고 있다.
참외는 네 그루를 심었다. 손자 줄기에서 열매가 나온다 해서 배운 대로 열심히 가지치기했다. 그러다 6월 말 장마 전 열매가 잘 맺었으면 하고 밑거름을 줬다. 그런데 뿌리 너무 가까이 줬나 보다. 잎이 무성하게 뻗어나가다가 두 그루가 시들시들해졌다. 결국은 뽑아냈다. 남은 두 그루에 참외가 열려 익어가고 있다. 주변에서 “두 그루만 심어도 부부가 다 먹지 못한다.”라고 들었는데 이에 비하면 수량은 적은 것 같다.
시들해진 참외 덩굴을 거두면서 ‘내 관심과 사랑이 과했구나.’라며 후회했다. 속도 아렸다. 다른 집 수국들은 초여름에 피운 것 같은데, 수국이 피지 않아 ‘올해는 깻잎 수국이려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가지치기해서 다른 곳에 식재 할 생각으로 땅에 심어뒀다. 이게 웬일인가. 가지치기하지 않은 줄기에서 7월 중순 들어 수국이 피기 시작했다. 8월 초인 지금은 만개했다. 이 역시 내 관심이 지나쳤다. 차라리 그냥 내버려뒀으면 모든 가지에서 꽃을 피웠을 텐데.
정신의학 전문가 정혜신은 <당신이 옳다>에서 적정심리학 개념을 전한다. 핵심으로 ‘공감’으로 본다. 공감은 심리검사, 약물치료, 정신과 의사보다 강력한 치료제라 한다. 내가 참외에 밑거름을 뿌리 가까이 줘서 시들하게 했던 것, 꽃피기를 기다리는 수국이 꽃을 피우지 못할 걸로 알고 가지치기를 했던 것 등은 식물과 공감하지 못한 무지 때문이다. 내 방식대로가 아닌 대상이 원하는 공감을 하려면 아직 멀었다. 사람과의 관계는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