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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T 조 Oct 27. 2024

운동보다 중요한 것은?

물리치료사 이야기2

신경계 치료사로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교육을 듣기 시작했다. 살면서 들어왔던 수많은 교육 중,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크게 자리 잡은 교육이 하나 있다. 실제 뇌졸중 환자분을 모셔서 증상을 설명함과 동시에 치료를 시연하는 교육이었다.


시연에 참여한 환자분은 휠체어를 타고 왔고, 휠체어에서 치료 매트로 이동하는 것도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었다. 분명히 일어나지 못했던 환자분이었다.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는 환자를 보며 나는 ‘코어 운동과 앉았다 일어나는 근력 운동을 시키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강단에 올라가 있는 치료사의 다음 행동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치료사는 환자의 발을 붙잡은 뒤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콕콕 찌르고 문지르고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뭐 하는 거지? 당황을 넘어 당혹스러웠다. 비싼 돈 주고 교육받겠다고 황금 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뭐지... 짜증과 궁금증이 뒤섞인 채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치료사는 환자의 발바닥을 긁고 뒤꿈치를 바닥에 쿵쿵 찍으며 감각자극을 진행하더니, 이윽고 환자분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일어서보세요. 겁먹지 마시고 넘어질 것 같으면 잡아 드릴게요.”


...환자분이 일어나셨다. 충격적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지금까지 난 무슨 치료를 한 건가?


발바닥의 감각이 둔해서 일어나지 못하고 균형을 잡지 못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난 감각에 대한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힘으로 서서 균형 잡는 훈련만 했던 것이다.     

이 교육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다음과 같다.


"뇌는 신체의 감각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운동신경으로 신체에 다시 보낸다.“

"뇌신경은 죽으면 재생이 불가능하지만 신체에서 지속적으로 감각을 입력해 준다면 새로운 신경루트가 만들어진다."


일어나지 못했던 환자를 감각 입력으로 새로운 운동에 길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렇다. 지금까지 난 감각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난 수만 가지의 가설을 세우고는 환자분들께 적용해 보기 시작했다. 엄청난 변화들이 나타났다.     

척수 손상으로 움직임은 가능한데 동작이 매우 크고 흔들림이 많았던 환자가 있었다. 야구공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근력은 좋았다.


나는 그분에게 종이컵에 물을 절반 따라서 “이 종이컵을 안전하게 들어서 이동해보세요”라고 했다. 그분은 종이컵을 강하게 움켜쥘 수는 있었으나 안전하게 이동시키지는 못했다. 감각신경이 떨어져서 자신의 힘을 컨트롤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강한 운동을 중단시키고 코어 운동 후 손의 감각을 올리며 힘을 컨트롤할 수 있는 훈련을 진행하였다. 몰라보게 좋아지면서 손으로 할 수 있는 기능들이 늘어났다. 단추가 있는 옷을 스스로 입을 수 있게 되고, 수저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이를 비롯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기능이 매우 향상되었다.     

“올바른 감각이 수반될 때, 비로소 완벽한 운동이 이루어진다.”


신경계 물리치료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치료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였다. 자연스럽게 환자분들이 나를 많이 찾게 되었고 나에게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환자분들도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맡고 있던 환자 보호자께서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나 어깨가 아파....  오십견인 거 같아. 어떻게 해야 하죠? 나도 치료받을 수 있나요?” 내가 대답했다. “제가 지금 스케줄이 안 되고... 게다가 저희는 신경계 치료 쪽이라서, 죄송해요. 개인병원 쪽으로 가서 도수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그때의 난 치료할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치료하는지 몰랐다.


그분뿐만이 아니라 내 부모님, 내 친구들까지도 아파서 내게 물어보면 개인병원으로 안내를 해줄 뿐 신경계 치료 빼곤 아무것도 못 하는 치료사였다. 부끄러웠다.


그 이후부터 난 공부의 영역을 다시 넓혀가기로 했다. 개인병원에 치료사로 있는 친구들에게 배움을 얻고 내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환자로 찾아가 나에게 어떻게 치료하는지 관찰하기도 했다. 일부러 다른 지역의 병원을 찾아가 물리치료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대고 아픈 척 치료를 받고 직접 몸으로 느끼며 공부했다.


그러던 중 의문이 들었다. 신경계 공부만 하면 근골격계 치료에 소홀해진다. 근골격계 치료만 하면 신경계 치료가 자신이 없어진다. 인체는 하나이고, 신경계와 근골격계는 연결되어 있다. 사람의 몸이라는 것은 분리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나는 공부의 방향을 틀어서 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겠다고 결심한 뒤, 나는 또다시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치료를 하면서 내 예상에 따라 빠르게 기능 회복이 되는 사람들도 보았고 내 생각과는 다르게 회복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물론 내가 가진 치료의 기술이 부족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이 치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달랐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치료사들은 항상 말한다. ‘Case by Case’라고. 환자가 가진 뇌 손상의 범위에 따라, 그 정도에 따라서 방법이 다른 건 당연하다. 같은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지만, 자세와 체형에 따라 치료의 과정과 결과는 달랐다. 신경계 환자뿐만이 아니다. 신경계 손상이 없는 사람 또한 모두 다르다. 일반사람들은 왜 다른 것일까? 신경계 환자를 치료할 때, 뇌의 어느 부위가 손상된 것인지, 좌측 뇌 손상인지, 우측 뇌 손상인지를 모두 파악하고 시작한다.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직업도 다양하다.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서 그들의 체형도 다를 것이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인지 아닌지, 치료사를 신뢰하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내게는 항상 고민이었고 개개인에 따라서 맞추어 치료를 해야만 했다. 교통사고로 인해 통증이 생긴 사람도 어떻게 다쳤는지에 따라서 분명히 다른 증상이 나타나고 다른 접근법으로 치료하는데, 하물며 외상이 아닌 사람들의 통증 원인을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가? 오랫동안 누적되어 있던 자세불균형과 보행의 문제가 아닐까? 그 원인을 찾아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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