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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T 조 Nov 02. 2024

사람의 체형은 왜 모두 다를까? -신경가소성-

물리치료사 이야기(3)

어느 날 도심의 커피숍 2층 창가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매일 환자분들의 보행 연습을 시켜서 그런지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일반사람들 또한 다양한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었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뇌 손상 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팔자 보행, 안짱다리 보행, O자 다리, X자 다리, Back knee 등, 다양하게 걷고 있었다. 신경계 질환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 또한 근골격계 문제로 보행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점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뇌에 학습이 된다. 이러한 학습의 문제는 뇌신경으로 전달되어 잠재적으로 신체의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 학습된 변화는 체형변화에 영향을 주고 신체의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고 배가 나오는 체형, 일자허리에 스웨이 백, 측만증, 거북목, 라운드숄더 등.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 인터넷에는 정말로 무수한 정보들이 있다. 그리고 병원 시스템도 매우 잘되어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잠재적인 체형 불균형으로 질환에 노출될까?     


“아프기 전까진 느끼지 못한다.”

“체형불균형을 느껴도 병원까지 찾기는 꺼려진다.”

“심한 통증이 아니면 그냥 견디면서 생활한다.”

“병원을 찾아도 아픈 부위의 통증 케어 후에는 가지 않게 된다.”

“똑같은 체형관리 운동을 하더라도 자극되는 부분을 모르고 운동하여 효과가 떨어진다.”

“신경계 부분은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걸음걸이가 어떤지, 내 체형이 어떠한지 아프기 전까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도, 체형센터에 근무할 때도 많이 느꼈다. 통증이 있고 불편한 사람은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관리를 받으며, 자기 신체에 대한 관심도 매우 많다. 하지만 이렇게 열정적인 마음도 통증이 사라지는 순간 같이 사라진다. 사실 통증관리는 일차원적인 부분이 해소된 것이고 그 이후 체형 교정 운동을 통해서 신체를 정상 정렬로 만들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통증으로 인하여 변화된 나의 체형 상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에 의해 또 다른 통증이 생기고, 원래 가지고 있던 질환이 재발하는데도 말이다.

체형의 불균형은 잠재되어 있는 질환이다. 사소하게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어서 퇴행성 관절염, 척추 디스크, 협착증, 측만증 등 다양한 질환들로 나에게 돌아온다. 단순히 노화로 인한 문제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바른 자세를 유지해 건강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도 많다.      


뇌 손상으로 인하여 장애를 입은 사람을 본 적 있는가? 이러한 분들은 재활을 통해서 다시 일상생활로 복귀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경계 치료와 재활 분야의 가장 중요한 근본 이론 중 하나는 ‘신경가소성’이다.


신경가소성의 뜻은 다음과 같다. 뇌신경은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체의 감각이나 학습으로 뇌에 전달을 하면 새로운 신경 루트를 생성해 낼 수 있다. 뇌는 많이 사용하고 학습했던 신경 루트를 더욱 활성화하고 사용하지 않는 루트는 점점 퇴화시킨다.     

이 이론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일상에서 우리는 어떠한 감각을 뇌에 학습시키고 있는가? 성장기 시절에 겪는 반복적인 활동을 위주로 우리의 뇌는 학습하고, 그에 맞는 체형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어떠한 환경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그리고 어떻게 걸었는지에 따라 그대로 굳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학습된 체형을 유지한다. 이를 항상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한다거나, 다친다거나 하는 등의 무리한 활동으로 인해 항상성을 벗어나는 체형변화를 경험하게 된다면 통증을 유발하거나 뇌에서 학습된 체형에 오류가 생길 것이다. 현대 사회의 우리는 환경적으로 체형불균형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사무직에 종사하면서 컴퓨터 관련 업무를 오래 한 사람들은 대부분 거북목과 목, 어깨 통증에 시달리고 있고, 어린이집 선생님과 같이 좌식 생활을 오래 하는 경우 만성적인 허리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체형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좌식 생활을 오래 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중간중간 일어나서 서있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사무직의 경우 모니터의 높이를 올려주어야 한다. 통증을 유발하는 자세가 뇌에서 학습을 발생하기 전에 환경을 변경해 주는 것이 좋다. 앉아 있는 자세는 서있는 자세보다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간다. 앉아서 오랜 시간 일하는 분들은 허리를 펴려고 노력하다가 오히려 골반을 과하게 꺾는 경우도 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싶다면 허리가 아닌 복부에 힘을 준 상태에서 복부의 긴장감이 풀리지 않도록 허리와 등을 펴주는 것이 좋다.     


올바른 체형을 평소에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작은 부상이라도 경험했다면 그에 따른 체형의 변화 후, 다시 정렬을 맞추어 뇌에 바른 자세를 재학습시키는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뇌에서는 신체를 통해 감각 정보를 학습한다. 감각 정보는 시각, 촉각, 온각, 통각, 균형감각, 고유수용감각 등이 있다. 감각 정보 중 고유수용감각이란 자기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인지하는 감각이다. 우리는 눈을 감아도 자기 신체를 느낄 수 있다. 이미 머릿속에는 신체에 대한 고유수용감각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체형은 올바른 자세로 뇌에 입력되어 있는가?     


상상해 보아도 좋고 지금 글을 읽고 있는 그 자리에서 해보아도 좋다.     


눈을 감고 한 발로 서있기가 가능한가?

그렇다면 눈을 감고 똑바로 걸어갈 수 있는가?     


눈을 뜨고 해보는 것과 눈을 감고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시각 정보만 제거했을 뿐인데도 균형을 잡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동작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뇌에 올바른 체형의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을 수 있다. 눈을 감았을 때, 내 신체가 어디에 있는지 모두 느껴지는가? 혹은 오래 일을 해서 다리가 부었을 때, 팔다리를 다쳐서 장기간 깁스를 하다가 풀었을 때, 너무 추워서 손발이 꽁꽁 얼었을 때는 어떠한가? 그런 때에는 내가 느끼는 신체의 감각이 평소와 다르게 잘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때의 움직임은 어떤가? 당연히 평소보다 둔하고 내 맘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올바른 감각이 뇌로 전달되지 않으면 나의 신체는 바르게 움직일 수 없다.     


이 글을 읽고 나의 신체 정렬과 일상생활의 자세는 어떠한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의 뇌에서 체형 교정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한 방울의 물방울이 꾸준히 바닥으로 떨어진다면 땅은 파이게 되어있다. 뼈에도 미세한 외력이나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가해진다면 피로골절을 유발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바른 자세로 교정해야겠다는 생각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당신의 신체 정렬은 달라질 수 있다.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대부분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이 점을 간과하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 잠재적인 질환의 노출을 막고 건강한 삶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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