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특별했던 학창 시절
나는 무엇을 찾는 걸까
어린 시절, 거제도에서의 첫걸음
나는 거제도의 작은 국민학교에서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한 학년에 딱 한 반, 그리고 내가 그중 가장 어린 학생이었다. 아버지가 내 호적을 1년 빨리 올리고, 2월생이라는 이유로 또 한 해 일찍 학교에 보낸 덕분에 다른 아이들보다 2살이나 어린 6살에 입학했다. 그날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는 줄 알고, 학교 앞에서 울며 뻗대던 기억이 생생하다. 연필을 잡을 줄도 모르고, 글자도 모르는 나는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지만, 선생님들은 그런 나를 사랑으로 감싸줬다. 키도 작고 귀여웠던 나는 1학년 내내 선생님들의 품에서 안겨 다녔고, 두 달 만에 한글을 떼더니 어느새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작은 마을 시골 국민학교에서 똑똑하고 귀엽기로 소문이 자자해 지나가던 중학생 언니들이 재가 ***다 하며 한 번씩 돌아보기도 했다.
산과 들, 그리고 바다에서 뛰놀던 내 어린 시절은 자연 그 자체였다.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과 바다에 가서 수영을 하고, 진달래와 나무열매를 따먹으며 놀았다. 겨울이면 얼음 위에서 썰매를 타고, 솔방울을 줍기도 했다. 시골의 자연은 나의 정서를 풍요롭게 했고,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부산으로의 이사, 그리고 전쟁 같은 학교생활
4학년이 되던 해, 부모님을 따라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도시의 초등학교는 내게 문화 충격이었다. 시골에서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시험공부를 부산 아이들은 열심히 했다. 짝은 책상 가운데 줄을 긋고, 넘으면 칼로 잘라버리는 심각한 전쟁을 선언했다. 지우개는 물론 연필이 잘렸고, 심지어 옷소매까지 잘릴 뻔했다.
시골학교가 천국이었다면 부산은 전쟁터였다. 전학 온 촌스러운 아이에게 쏟아진 건 관심이 아니라 왕따였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나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하교 후 운동장 한켠 씨름장에서 몇몇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싸움은 서로의 머리끄댕이를 잡으며 시작했다. 먼저 눈물을 흘리거나 아프다고 말하면 지는 싸움이었다. 머리숱이 한 뭉텅이씩 빠졌지만 나는 독하게 버텼다. 그렇게 촌에서 온 '촌년 가시내'는 싸움닭으로 변신했다. 4학년 내내 나는 왕따와 싸움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야 했다.
다행히 5학년이 되며 모든 것이 조금씩 나아졌다. 친구도 생기고, 도시 생활에도 적응하면서 초등학교를 무사히 마쳤다.
말괄량이 중학생과 추억 가득한 고등학교
중학교에 진학하자 나는 ‘체육복 위에 교복 입기’라는 말괄량이 복장을 장착한 채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가 되었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남녀공학에 배정되어 추억이 많았다. 풋풋한 첫사랑도 경험했고 사귀자는 쪽지를 받아보기도 했다. 자율학습 시간에는 학교 담을 넘어 1시간씩 버스를 타고 해운대 바다로 도망쳐 별을 세며 감수성을 키우기도 했다. 방학 중엔 보충수업에 갔다가 친구와 술을 마시고 학교 구석에서 잠들어버린 적도 있었다. 집안 사정은 어수선했지만, 학교는 나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즐거움이었다.
대학생활과 끝없는 방황
대학에 진학한 후, 방학마다 산으로 엠티를 다녔다. 처음 오른 산은 지리산이었고, 등산화도 없이 운동화를 신고 2박 3일 동안 종주를 했다. 배낭은 무거웠고, 신발은 너덜너덜해졌지만 산이 주는 경치와 감동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이후 방학마다 국립공원을 다니며 자연과의 교감을 이어갔다.
대학생활은 특별하지 않았다.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을 하고, 학생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연애도 해보고, 시답잖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저 평범한 나날이었다. 친구들과 만든 ‘풍다우주회’라는 모임도 기억에 남는다. 바람이 불면 차를, 비가 오면 술을 마시자는 취지였지만, 결국 날이 맑든 흐리든 술만 마시는 모임이었다.
나는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이렇게 글을 쓰며 내 학창 시절을 돌아보니, 참 평범해 보이다. 나는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지만 찾아볼 내가 존재하는 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삶은 특별한 사건들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니, 웃음이 나오는 기억도, 눈물이 어렸던 순간도 모두 소중하다.
비록 내가 찾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은 나만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어쩌면 삶의 특별함은 그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 글에서는 기억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 가장 선명한 순간들을 따라가 보려 한다. 그렇게 나를 찾아가는 여행은 조금씩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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