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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Nov 27. 2024

브런치 우주 속 나만의 별을 빚다.

나의 글쓰기

쓰고 싶은 마음의 시작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 해의 계획표에 매번 글쓰기가 적혀 있었지만, 게으름과 일상에 떠밀려 진지하게 시작해본 적은 없었다. 2018년에 이미 브런치에 가입했지만, 작가들의 멋진 글을 읽기만 했지, 정작 내 글을 쓸 생각은 못 했었다.


그러다 몇 년 전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세 달 동안 매일 아침 ‘모닝 페이지’를 써본 적이 있다. 잠에서 깨자마자 종이에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3페이지 정도를 끄적이는 일이었다. 내 안에 갇혀 있던 생각들이 펜을 타고 흘러나오는 경험은 신비로웠다. 글은 내게 위로였고, 명상이었으며, 때로는 해답이 되었다. 이후 힘든 순간마다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달랬다. 글쓰기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주었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이 소중한 친구를 세상과 나눌 용기는 없었다.



글쓰기가 필요했던 순간


몇 달 전, 직장 생활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맞았다. 내 이름이 직장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올라와 난도질을 당한 것이다. 30년 넘게 헌신한 회사였지만,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그런 힘든 일을 겪고나니 회사에 대한 정이 떨어졌고 의욕이 사라졌다.


나는 늘 최선을 다했다. 주말과 휴일을 포기하며 일했고 사생활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일에만 몰두했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일했다고 자부했는데, 하지 않은 일로 비난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상처에 딱지가 않았지만 나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직장인, 아내, 엄마라는 틀을 넘어 다른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현재의 내가 아닌 다른 삶을 펼쳐보고 싶었다. 나만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필요했다.



글쓰기로의 도약


그때, 내가 참여하고 있던 독서 모임에서 "신의 축복, 글쓰기 21일" 과정이 열렸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참여했다. 처음에는 한 편 쓰는 데 세 시간 넘게 걸렸다. 그런데 한 번 쓰기 시작하니 내 안에 쌓여 있던 이야기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21일간의 글쓰기를 마치자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방치해둔 브런치를 열고 작가 신청을 했다. 뜻밖에도 한 번에 합격했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로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서의 일상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감성적인 에세이, 깊이 있는 정보 글, 창의적인 시와 소설까지. 뛰어난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나는 프로세계에 와있는 초짜라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잘 쓰는 작가들과 경쟁하기보다,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쓰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어느 날, 내 글 하나가 조회 수 폭발을 경험했다. 마치 브런치가 “잘하고 있어. 계속 써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브런치는 무한히 팽창하는 작은 우주같다. 작가들의 글이 서로 연결되어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확장해 가고 있다. 글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또 다른 방식으로 작가들을 성장시킨다. 브런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서로 접속하고 연결되어 자라나는 우주 도서관이다.


오늘 하나의 브런치 북을 읽고 나의 뇌속에 새로운 뉴런이 생겨났다. 그 글을 읽기 전과 후 나는 조금은 달라져 있는 것 같다. 작가들의 글을 읽고 나의 생각들을 보태 브런치 우주에 새로운 가지들을 보태고 있다.

그 속에 나는 먼지같은 존재이지만 글을 쓰며 조금씩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브런치 작가 한 달이 지나자 연재를 해보고 싶어졌다. 브런치북의 이름을 "신의 축복 글쓰기 30일: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 붙였다. 새롭게 시작된 나의 페르소나 브런치 작가를 통해 나는 어디로 갈지, 무엇이 될지 아직 모른다. 뼛속까지 내려가 써볼 작정이다. 날아오르지 못하더라도, 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동안 나는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여물어질 것이다. 높이 올라가진 못하더라도 글을 통해 깊어지기만을 바란다. 나만의 글을 통해 나의 세계를 만들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브런치 우주에 나만의 별을 빚어가고 있다.


"쓰는 동안 나를 발견하고, 나를 확장해가며, 더 깊어지는 것, 그것이 브런치를 통한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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