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힐링캠프에 나온 가수 박진영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60대 댄스 가수가 되기 위해 철저리 몸관리를 한다고 했다. 그의 하루는 규칙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루틴대로 올리브오일을 마시고,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유기농 식재료로 식사를 한다. 30분간 발성 연습을 하고, 2시간 운동을 한다. 매일 같은 루틴으로 건강을 지키고, 춤을 추며, 음악을 작곡한다고 했다.
그 방송을 보고 나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떤 삶을 꿈꾸고 있을까?'
나의 꿈은 우아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60대에도, 70대에도, 90대에도 나는 우아함을 잃지 않고 싶다.
하지만 우아함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우아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얼마 전 미술관에 갔다. 그곳에서 나의 미래가 되어줄 것 같은 세 분의 할머니를 보았다. 70대쯤 되어 보이는 그들은 남들보다 느린 걸음으로 한 작품 한 작품 천천히 감상했다. 특히 관심이 가는 그림 앞에서는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의견을 조곤조곤 전했다. 호기심 어린 눈빛과 차분한 태도에서 우아함이 반짝이는 순간을 목격했다.
반면, 점심시간 산책길에서 자주 마주치는 또 다른 할머니가 떠올랐다.
미니스커트에 커다란 귀걸이와 목걸이, 뾰족구두로 한껏 꾸민 그녀는 불편해 보이는 모습으로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화려함에 눈길이 갔지만, 지나치게 과한 치장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내가 생각하는 노년의 우아함은 ‘여유’다.
물질적인 여유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 생활고에 쫓기거나 시간에 허덕인다면 우아함은 사치일 뿐이다.
외모적인 우아함도 중요하다.
지나치게 화려한 꾸밈이 아니라,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에서 우아함이 배어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적절한 향기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단순함과 절제된 태도 또한 필수다.
생활에 있어서도 너무 많은 물건보다는 적당한 정도, 인간관계에서도 폭넓기보다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아함으로 가는 길이다. 나이가 들수록 단순하게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우아함의 핵심이다.
관대함도 우아함의 한 요소다.
나이가 들수록 탐욕은 줄이고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처럼, 나누는 삶이 우아함을 완성한다.
좋은 말과 행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항상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좋은 말을 하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이 우아한 삶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호기심을 잃는 순간 노화가 시작된다. 배움을 멈추지 않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지적 우아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우아한 삶을 살고 있는가?
사실 나는 요즘 직장인으로, 엄마로, 딸로, 아내로 정신없이 살고 있다.
그 와중에 운동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브런치에 글도 써야 한다.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나가야 하고 주말에도 근무를 해야 하니 매일 이리저리 부딪치고 깨지면서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 뒷담화에 열을 올리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원플러스원이라며 마구 사고, 옷장엔 안 입는 옷이 가득하다. 식욕을 참지 못해 많이 먹고 후회하는 등 절제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그뿐이랴. 시도 때도 없이 떠들고 남 생각 못하는 아줌마의 주책까지 두루 겸비하고 있다.
이상과는 달리 현실의 삶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아한 할머니가 내 장래희망이라 정했으니, 매일 내 삶을 돌아보고 작은 습관을 통해 성장한다면 우아함에 한걸음 가까워지지 않을까?
그리하여 오늘은 어제보다 달팽이 걸음만큼 우아해졌기를. 내일은 오늘보다 모기 눈알만큼 더 우아하기를.
그리하여 언젠가 생명이 다하는 날, 가장 우아한 할머니가 되기를 소망한다.
우아함은 단순히 꿈이 아니라,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나침반이 되기에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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